|2026.03.03 (월)

재경일보

키르기스 야당…‘제2의 튤립혁명’ 성공

이종성 기자

이틀째 이어진 키르기스스탄의 유혈 소요사태로 7일(현지시간)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야당이 정권을 장악, 과도정부를 구성했다.

이날 시위대는 수도 비슈케크의 주요 관공서를 장악하고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수도를 탈출했고 총리도 사임해 시위를 주도한 야당이 사실상 정권을 장악한 상태다.

AP,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비슈케크에서 3,000~5,000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바키예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방송사, 보안부 등을 두루 장악했으며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 최소 68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부상했다. AP는 “거의 모든 정부 건물이 반정부 세력에 장악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바키예프 대통령은 이날 소형 비행기로 비슈케크를 떠나 남부도시 오쉬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시위대, 주요 관공서 장악

이날 시위대는 키르기스 내무부의 보안본부와 국영 방송국, 검찰청사 등 비슈케크 곳곳에 위치한 주요 관공서를 장악했다.

시위대가 진압 경찰들을 쫓아가 무기를 빼앗고 집단 폭행하는 등 상황이 점차 격화되자 시위대에 떠밀리던 정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야당측은 이날 현재까지 최소 100여명이 숨졌다고 주장했으며 보건부는 47명이 사망하고 400여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했으나 부상자의 상당수가 머리에 총상을 입어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과도정부 구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은 이날 소수의 수행원과 함께 소형 비행기에 탑승해 비슈케크를 떠났다.

정확한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야당의 한 고위지도자는 바키예프가 남부도시 오쉬로 떠났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아크-숨카르당 등 정권을 장악한 반정부 세력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다니야르 우제노프 총리가 사임했다며 새로운 과도정부 수반으로 로자 오툰바예바 전 외무장관을 추대했다고 밝혔다.

오툰바예바는 이날 “우리는 과도정부를 구성했으며 내가 이끌고 있다”며 “나는 앞으로 6개월간 임무를 수행할 것이며 이 기간에 헌법을 제정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선거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가 확대된 것은 2005년 튤립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바키예프 대통령이 정치 개혁 실패와 부패 등으로 국민을 실망시켰고 최근에는 경제위기로 생활난이 극심해지면서 결국 국민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는 정부와 시위대 양측에 폭력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은 키르기스스탄의 유혈사태를 비판하며 “법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정부가 여전히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러시아는 이번 소요사태에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는 키르기스스탄의 내부문제이며 스스로 통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폭동은 정부에 대한 반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키르기스스탄의 소요사태로 사상자 수가 엄청나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더 많은 유혈충돌을 피하기 위해 양측이 차분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신변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동시에 유사시 교민 소개대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키르기스에는 선교사와 유학생, 상사직원 등 교민 8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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