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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이윤만을 추구했던 것에서 이제는 사회적 책임이 더 강조되고 있다.
사회와의 조화를 무시한 채 이윤만 창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을뿐더러, 존폐위기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8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5000억엔 매출을 자랑하던 일본의 유키지루시 유업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다, 기업 브랜드에 타격을 입고 자회사 유키지루시 식품이 도산된 사건은 현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기업 역할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행태 변화는 기업 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하 CSR)이 부각됐다.
CSR이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주·고객·거래처·종업원·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조화로운 관계 형성을 위해 기업이 담당하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을 의미한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법령준수, 투명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 노동, 인권, 환경, 소비자 보호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32년만에 하버드 대학 명예졸업장을 받은 자리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창하기에 이른다.
이는 전통적인 기부나 자선의 의미를 넘어 시장의 힘과 작동원리를 활용해 가난한 사람들과 불평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즉 창조적 자본주의란 기존 자본주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업이 이윤 추구와 더불어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데 노력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보다 진보된 형태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의미한다.
또한 창조적 자본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사회공헌 등과도 맥락을 같이하며, 넓게는 이들 개념을 모두 포괄하는 이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CSR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다. CSR과 사회공헌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사회공헌은 그 자체로 중요하고 핵심적인 활동이지만 사회공헌이 CSR 전영역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공헌만 잘 한다고 존경받는 기업은 될 수 없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CSR 모든 영역을 전반적으로 고려하고 균형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대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노동·인권 등 아직 기타영역에 대한 책임 이행 수준은 사회공헌 활동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국내기업 인권·이해관계자에 대한 정보 공개 취약
해외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종업원·인권 등 다양한 분야를 CSR의 최우선 순위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공익적 기부활동'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크다.
이렇다 보니 국내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대기업들이 지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 주자가 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다. 2006년 외환은행 매각으로 엄청난 차액을 얻은 론스타가 1천억 기부 의사를 밝혔다가 오히려 비난 여론이 형성된 것도 CSR의 중요성 간과한 채 추진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내 악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흥기업ESG공개 프로젝트(Emerging Markets Disclosure Project: EMDP)' 산하의 한국팀에 의해 25일 발간된 'Unlocking Investment Potential: ESG Disclosure in Korean Companies'란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10대 기업이 공개한 CSR 자료를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주요기업이 환경이슈에 대해서는 비교적 양호한 보고 추세를 보였으나, 사회이슈 특히 인권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보 공개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KT, LG화학, LG전자, 포스코,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 SKT 등 조사한 10개 기업은 모두 적정한 수준에서 환경이슈를 공개하고 있었다.
환경정책·시스템·전사적인 보고·환경이슈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성, 방출물질의 양적 데이터 및 구체적인 감소목표량 등에 대한 보고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권에 대한 보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10대 기업 대부분 거의 공개된 내용이 없거나 피상적인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기업의 경우 한국내 임직원에 대한 처우와 해외 자회사들의 외국 임직원에 대한 처우간의 불균형이 상존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자의 참여 또한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사된 대부분의 기업은 사외이사의 1/3이상, 이사보수의 공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사외이사의 과반수 이상) 등 기업 지배구조 핵심 항목 중 최소한 3가지는 모두 충족하고 있으나, 이사회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한국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겨우 5개 기업만이 충족했다.
특히 정치권과의 뇌물 스캔들이 터진 경우가 많은 한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분석된 10개 기업은 반뇌물·부패에 대한 정책 공개는 하고 있지만, 정치 후원금 기부에 대한 명확한 정책 공개를 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주요 분석 결과에 기초해, EMDP 한국팀은 한국기업이 자신들의 환경/지배구조/사회 이슈 전략 수립 및 모니터링 과정에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성과 및 정치후원금 기부에 대한 명확한 정책 공개를 권유하고 있다.
EMDP 공동의장이자 한국팀의 공동 리더인 Lauren Compere(Boston Common 자산운용, 상무)는 “수년동안 한국 기업과 접촉해본 결과 몇 몇 한국기업은 해외 투자자들의 지속가능이슈에 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해 매우 빠른 반응을 보이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이런 이슈에 대한 주주와의 대화를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EMDP 한국팀과 같이 해외 및 국내 파트너들간의 의미 있는 협력으로 한국기업의 정보 공개를 촉진하고, 한국기업의 CSR실행에 대한 주주들의 개입과 설득이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기업의 CSR 이행, 전세계적 요구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 1999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주창하면서 기업들의 인권보호, 노동권보호, 환경보전, 부패방지를 골자로한 국제 협약 ‘글로벌 콤팩트’가 2000년에 체결됐다.
저개발국들의 사회문제 해결에 목적을 둔 이 국제협약에는 현재 4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글로벌 거대 기업은 물론 각국 중소기업들까지 범지구적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되는 물고를 튼 것이다.
글로벌 콤팩트가 출범한 것은 코피 아난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기업이 나서지 않고서는 지금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던힐·보그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담배회사 BAT는 사회적 책임을 논할 수 있느냐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BAT 그룹은 'CSR이란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돈을 버는 방식을 의미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사회적 책임에 관한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 'ISO 26000' 실효시 국내 기업 수출 막힐 수도
글로벌 기업들은 CSR 확산을 위해 협력업체들에게도 CSR 이행을 독려해 유관 산업계 전반으로 CSR이 확대되고 있으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공통적인 CSR 이행 지침을 수립하려는 움직임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CSR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단한데, 일부 국가의 경우 자국 기업들에 대한 CSR 이행 압력을 넘어 외국 정부와 기업들에게까지 CSR에 대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한 움직임 중 하나가 지난 2005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ISO 26000이다. ISO 26000은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중심이 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으로 지난 2월 중순 회원국의 79% 찬성표를 얻어 최종국제표준안(FDIS)로 등록됐다.
이 표준에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 있도록 CSR에서 C(Corporate)를 뺀 SR(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ISO 26000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조직의 활동으로 인한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지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 원칙 및 실행, 7대 핵심분야(지배구조,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한 운영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및 사회에 대한 공헌)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ISO 26000은 기업의 자율적 수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강제성은 없으나 국제 입찰이나 주식 상장 등에 있어 평가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오는 5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논의후 새롭게 개정된 문서는 올해 말 국제 규격으로 발행돼,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국제 거래나 투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기업의 경영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SO 26000에 대응책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은 100대 기업 중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사장 손경식)이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신무역장벽 ISO 26000에 대한 기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ISO 26000에 대해 대응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기업은 4.9% 불과했다.
이어 '어느 정도 대응책을 갖추고 있다'(36.1%), '대응하지 않고 경쟁기업 동향만 파악하고 있다'(36.1%),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다'(21.3%), '전혀 관심이 없다'(1.6%)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의 ISO 26000 대응수준이 낮은 이유로는 '구체적인 추진방법을 몰라서'라는 응답이 27.8%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은 '경영층의 관심이 적어서'(16.7%),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서'(16.7%), 'ISO 26000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5.6%), '전담 조직이 없어서'(5.6%) 등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대응수준은 낮지만 관심은 조사대상 기업의 86.9%가 'ISO 26000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응답해 관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경로는 주로 `현재 관련된 업무 수행을 통해'(37.7%), '경제단체 세미나, 콘퍼런스 등을 통해'(28.3%), `언론매체를 통해' (26.4%) 등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100대 기업의 59.0%가 '사회적 책임 활동 전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고,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응답은 8.2%에 그쳤다.
상의측은 “현재 EU 수입상 대부분이 품질경영인증인 ISO 9000 인증서를 요구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관세장벽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업들의 ISO 26000 대응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또한 사회적 책임 준수는 기업투자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나이키는 아동 노동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37%이상 폭락했으며,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최종 부도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환경 및 사회적 요인에 의한 기업 리스크 증가가 막대한 투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험을 실감하게 됐다.
이에 투자의사 결정 시 투자기업의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회책임투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무대응은 수출 뿐 아니라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용어 정리>
지속가능 경영 (Sustainability Management)
기업이 필연적으로 추구하는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사회적 성과와 환경적 성과를 모두 고려하여 궁극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경영전략. 즉 경제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경영활동을 펼치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혼용돼 쓰이기도 하다.
사회공헌
조직이 소유한 노동력, 인프라, 기술, 현금 등의 가용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호 및 사회 일반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거나 또는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활동. 일반적으로 기부활동,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공익적 캠페인 활동 등으로 실행되고 있다.
EMDP
EMDP는 신흥시장기업의 ESG공개를 증진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 이니셔티브이다. 2010년 4월 현재 전 세계 46곳의 투자기관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고 있으며 그들이 운용하고 있는 투자금액은 1조달러(약 1,100조원)에 이른다. EMDP는 Boston Common자산운용, Calvert Investments, 미국사회투자포럼(Social Investment Forum: SIF), 미국사회투자포럼 산하의 워킹그룹 (International Working Group)의 대표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으며 UN 책임투자원칙 (United Nations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UNPRI)으로부터 기술적 자문을 받고 있다. 미국사회투자포럼은 EMDP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다. UN 책임투자원칙은 브라질, 인도, 한국 등의 3팀에 대하여 세계적 투자자들과 함께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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