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오프라인 발행 1주년 특별인터뷰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SR전도사' 김영호 유한대학 총장

장세규 기자
김영호 유한대학 총장 ⓒ윤현규 기자

지난 2005년부터 5년간 추진된 사회적책임 국제표준(ISO26000, 이하 SR표준)이 지난 5월 1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8차 사회적책임(SR) 총회에서 최종국제표준(FDIS)으로 확정되면서 기업은 물론 사회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제 기업의 사회책임(CSR)을 넘어 사회구성원의 사회적책임(SR)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재경일보는 발행 1주년을 맞아 한국CSR표준화포럼 회장 및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으로서 SR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기회임을 강조하고 있는 'SR전도사' 김영호 유한대학 총장을 만나 향후 우리가 나아갈 길를 물어봤다. [편집자주]

김 총장은 우선 지난 5월에 있었던 코펜하겐 SR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되지 못한 점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는 "애초 앞선 비엔나 총회에서 다음 총회를 서울서 개최하는 것으로 거의 결정돼 서울의정서(Seoul Protocol)가 되게 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ISO26000 제정 자체를 반대했고, 결국 총회가 코펜하겐으로 가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ISO26000은 새로운 기회

김 총장은 우리나라 5대 경제단체 중 하나가 ‘한국무역의 장애요인으로서의 ISO26000’이라고 보고서를 쓴 것을 지적하며, "일본에서는 이것(ISO26000)을 하나의 성장 디딤돌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장애요인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봤다"고 ISO26000을 바라보는 한일 양국의 차이점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가령 소니 같은 기업은 삼성 보다 기술력에서 좀 뒤떨어지지만, 그것을 CSR(기업의사회적책임)로 커버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래서 ‘소니가 기업의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다’라는 걸로 소비자에게 어필을 하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김영호 총장은 ISO26000의 수준이 우리나라에게는 그렇게 높은 장애가 아니라는 평가다. "사실 이번에 코펜하겐 SR총회에서 사회적책임 국제표준을 정할 때 거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가 반대를 했다. 그 결과 ISO26000의 내용이 현재 서유럽에 알맞은 기준에서 비교적 완화 됐다"는 설명이다.

김 총장은 "중국과 인도의 편의를 위해 기준을 이렇게 낮췄지만 이것도 이들에게는 버거운 기준, 하지만 우리나라에게는 조금만 발돋움 해보면 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왔다"면서 "'한국무역의 새로운 기회로서의 ISO26000’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 김영호 총장이 사회적책임(SR)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윤현규 기자
▲ 김영호 총장이 사회적책임(SR)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윤현규 기자

◆ ISO26000은 국제표준의 종합체

그렇다면 ISO26000은 그동안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지속가능경영'이니 '지속가능발전 혹은 CSR'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김영호 총장은 "ISO9000(품질경영)은 품질에 관한 것, ISO14000(국제환경규격)은 환경에 관한 것, ISO22000(식품안전경영)은 안전에 관한 것인데 그런 모든 것을 합한 것이 ISO26000이다"고 정의했다. 김 총장은 "ISO9000, ISO14000, ISO22000이런 것이 하나의 ‘강물’이라면 ISO26000은 강물이 모인 ‘바다’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런 종합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지속가능성과 CSR은 서로가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그러나 CSR은 전세계 90여개 나라가 참여하고, 90여개 국제기구가 참여해 사상 처음으로 국제표준화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CSR이 (지속가능성 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명시적이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출하던 기업들이 모두 'CSR리포트'를 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기업이 좋은 상품개발하고, 노동자 실업자들을 고용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지 또 무슨 사회적 책임이냐하는 CSR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기업의사회적책임(CSR)보다 지속가능경영이란 단어를 쓰는 것을 선호하는 풍조가 있다는 것이 김 총장의 설명이다.

◆ CSR에 '눈뜬' 일본, 여전히 '장님' 한국

김영호 총장은 "일본은 CSR에 대한 부분이 2005년 전후에 생겼다고 한다. 특히 일본언론들을 보면 CSR에 대한 특집이 거의 매일같이 쏟아진다"며 일본의 CSR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이야기했다. 김 총장은 "한국언론에서는 그런 것이 없고 지금도 아직 CSR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반면, 일본은 2005년 전후로 붐이 일어나 CSR을 모르는 국민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은 CSR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데, 한국은 매스컴이나 정부가 그 역할(계도와 홍보)을 안 해줬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SR에 대한 지론은 이렇다. "기업만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조직들, 노동은 노동대로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하고, 또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하며, 정부는 정부대로 또한 대학 등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 김영호 유한대학 총장 ⓒ윤현규 기자
▲ 김영호 유한대학 총장이 ISO26000이 인증제가 아닌 검증제가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윤현규 기자

◆ 인증제 보다 무서운 '검증제'

김영호 총장은 향후 ISO26000가 구속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인증제(certification)가 아니라 검증제(verification)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 총장은 "인증은 제3자가 하는 것으로 ISO9000, ISO14000 등의 인증은 돈만 주면 가능하다. 이렇기 때문에 인증의 신뢰도는 떨어지게 됐고 인증제의 실효성이 없어지면서 자연히 검증제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은 사회적 평판, 또는 시장의 평가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으로 도요타가 이 검증에 실패하면서 시장의 평가에서도 실패한 것이다"고 도요타 사태도 평가했다.

김영호 총장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검증에 실패하면 살 땅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제는 세계의 소비자, 세계의 NGO, 세계의 시민사회, 세계의 노동자의 평가에 기업의 운명을 맡기는 상황이 되었다. 그 평가가 기업의 이익을 좌우하는 상황에 이르러 CSR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ISO9000 등 인증서를 받으려면 몇 백만원이면 가능한데, CSR리포트를 내자면 인증 비용의 10배 가량 들고 있어, 중소기업에게는 CSR리포트를 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기 때문에 김 총장은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정부가 더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이를 권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 앞선 대비가 국가경쟁력 높여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관련 김 총장은 ISO26000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ISO26000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노조를 두지 않고 있는 기업에 어려움이 닥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NGO, 소비자단체 등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며 “도요타 사태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 거대 기업에도 분명히 발생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외국에서 현재 많이 등장하고 있는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의 중요성에 대해 “한해 규모가 5조 달러 정도”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가 낮아 우리나라에는 주로 위험한 헤지펀드가 들어와 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 흥부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하며 미소짓는 김영호 총장. ⓒ윤현규 기자
▲ 흥부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하며 미소짓는 김영호 총장. ⓒ윤현규 기자

◆ ‘흥부자본주의’가 돈 버는 세상

한때 착하게 사는 ‘흥부죽이기’에 앞장섰던 김 총장은 “착한 기업이 돈을 벌며 착하면 돈 번다”며 방향 선회를 밝혔다. 착하면 돈 번다는 것, 이것이 ISO26000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착한 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착한 기업을 잘 아는 SRI펀드에 투자해 결국 기업에 유익한 환경이 조성되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김 총장은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제품은 가격이 비싸도 잘 팔리는 것처럼 SRI투자를 받는 기업도 이익이며 노사관계도 좋다”는 김 총장은 “정부는 이런 기업에 투자요건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경제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 SR이 기본 덕목이 되는 사회

사회 책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앞으로 실현할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라는 게 김 총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는 “이제 자유가 아니라 SR이 기본 덕목이 된다. 따라서 기업의 책임, 노동의 책임, 소비의 책임, 금융의 책임, 정부의 책임 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런 덕목의 국제규범이 ISO26000”이라는 밝혔다. 즉 사회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당연히 경쟁력이 높아 이익도 발생한다는 요지다. 특히 사회적 책임을 널리 알려 재무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순환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절대 경제적인 기업을 등한시 하는 풍조가 돼서는 안된다”는 김 총장은 “지금은 경제적기업이 사회적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하며, CSR을 잘 하다보면 경제적기업과 사회적기업의 경계가 약해진다”고 마무리 했다. 

※ 용어해설: ISO26000이란?
ISO26000(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은 국제표준기구(ISO)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인증ㆍ검증하기 위해 도입한 사회적 책임 가이드라인이다. 환경, 인권, 노동, 지배구조, 공정한 업무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 등 7가지 분야의 가이드라인으로 나눠진다.
 

<김영호 총장은…>
▲ 경북대 경제학과 졸업
▲ 日 오사카시립대 경제학 박사
▲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경상대학 학장
▲ 日 오사카시립대학 교수
▲ 日 도쿄대 교수
▲ 中 길림대, 베이징대 객원교수
▲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
▲ 대구라운드 한국위원회 위원장
▲ 산업자원부 장관
▲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회장
▲ 한국CSR표준화포럼 회장
▲ 국제아세아공동체학회 공동대표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
<상훈> 다산경제학상, 국민훈장 모란장, 청룡 보국훈장
<저서> 동아시아 공업화와 세계자본주의, 한국경제의 분석, 한국의2001년 설계 外
 

대담=장세규 부국장
사진=윤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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