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유성호의 문화비평>국제결혼 단상(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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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7월에 있었던 일이다. 취재차 베트남에 머문 적이 있다. 호치민 외곽에 있는 조그만 호텔에 묵었는데 저녁나절 로비에 앉아 있자면 중년의 한국남성과 앳된 베트남 여인이 여행용 가방을 끌고 들어오는 것이 자주 목격됐다.

이들에 앞서서 항상 짙은 화장과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억세게 생긴 한국 중년 여성이 예약을 하고 간다. 그럴 때면 호텔 리셉션의 베트남 종업원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풍경이라 궁금증이 생겨 이들을 취재하기로 마음먹고 파고들었다.

취재 결과 한인 중년 여성은 국제결혼 현지 브로커였다. 시동생과 함께 한국의 국제결혼정보업체에서 보낸 한국 총각을 현지에서 마중해 맞선과 결혼 등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주는 역할이다. 가끔은 한국 국제결혼업체 관계자가 총각을 데리고 함께 입국해 이들과 일정을 같이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국 총각과 베트남 처녀의 국제결혼 진행과정은 이렇다. 한국에서 총각을 대상으로 모객을 한다. 대부분 농어촌 지역 노총각이나 재혼자들이 대부분이다. 나이는 40대를 기준으로 대부분 그 이상이다.

가볍게 베트남 여행이나 하면서 현지에서 잠깐 맞선을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부부의 연을 맺으라는 식이다.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다. 왕복 비행기 삯에다가 경비까지 하면 100~150만원이면 된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가 듯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 나선다.

베트남에 도착하면 과년한 노총각 입장에서 피할 수 없는 시간을 맞는다. 맞선을 보게 되는데, 이 부분이 듣고 보니 가관이다. 처갓집에 들리러 왔다는 송모씨는 1년 전 결혼했는데 자그마치 108명의 베트남 처녀와 선을 봤다고 했다.

숫자에 놀랐고 방법에 더 놀랐다. 108명이 20명 단위로 미인대회 하듯 들락날락거리며 지나가더란다. 브로커가 조언하길 마음에 드는 사람 3~4명을 눈여겨 봐두면 심층면접을 볼 수 있게 한단다. 때로는 피부와 흉터를 본다는 미명하에 옷을 벗기기 까지 한다고 했다. 인신을 심각하게 유린하는 상황이다.

심층면접을 통해 최후 1명을 선택하면 그가 바로 신부가 돼서 다음날 바로 베트남 식으로 결혼식일 치른다.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 일체는 브로커가 대신 대준다. 일종의 차용인 셈이다. 100만원짜리 동남아 여행이 졸지에 1200만원짜리 국제결혼 패키지가 되는 순간이다.

이들 베트남 여성들은 대부분 메콩델타 지역 빈한한 농촌의 딸들이다. 입을 하나라도 줄이고 국제결혼을 통해 친정집을 일으켜 보려는 눈물겨운 현실을 가슴에 품은 여인들이다. 베트남 현지 모집책들이 이들을 데려오며 부모들에게 쥐어주는 돈은 우리 돈 10만원 정도.

그러나 이들이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뱉어야할 돈이다. 그 뿐 아니라 호치민에서 머물며 숙식한 비용도 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되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말레이시아나 대만의 사창가로 팔린다. 국제결혼의 이면은 이처럼 참 우울하다.

메콩델타 지역에서 사온 베트남 처녀들은 도심 외곽의 건물에서 50~150명 단위로 숙식을 하면서 국제결혼 준비를 한다. 간단한 말과 음식은 물론 문화를 익힌다. 어쩌면 매우 필요한 일이지만 비합법적 인신매매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다. 

호텔에 들어 온 한국인과 베트남 처녀는 결혼식을 한 것이다. 5박6일 일정에서 마지막 날 결혼식을 올리고 남자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잠시 호텔에 머물기 위해 들어 온 것이다. 엄격히 따질 것도 없이 이것도 불법이다. 기자가 취재 중이란 소문이 돌았던 모양이다.

비가 추적거리는 어느 날 건장한 브로커들이 호텔로 들이 닥쳤다. 그날도 로비에서 하루를 마감하던 기자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다행히 험악한 말로만 끝났길 망정이지 아무 연고도 없는 이국땅에서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게 국제결혼 브로커들의 세계다.

베트남 신문을 훑었다. 단체 선을 보다가 적발돼 추방된 한국인, 장인과 불과 1살 차이 한국인 사위, 그리고 한국에 시집왔다가 맞아 죽은 베트남 어린 신부 이야기까지. 국제결혼의 현주소와 우리 정신문화의 바닥이 보이는 듯 부끄러웠다.

국제결혼정보업을 등록제로 바꿨다곤 하지만 현지에서 통제가 안 되면 아무 소용없다. 현지 브로커들과 국내 업체간 연계를 철저히 차단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보다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모든 국제결혼정보업체가 다 그렇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냉정한 시각으로 봤을 때 적은 수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결혼정보협회 차원의 자정 노력과 여성가족부의 강력한 계도가 요구된다. 

마침 결혼정보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됐다. 이참에 국제결혼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 오죽하면 캄보디아 정부가 당분간 한국 남성과 자국 여성의 결혼을 금하겠는가. 수치스럽게도 한국 국제결혼은 이처럼 국제 사회에서 희화화 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농어촌 총각이 결혼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한 대가를 보전해주는 것도 재검토  해야 한다. 이 보전비용이 국제결혼비용을 올리는 요인이다. 지자체가 대주는 품이 고스란히 브로커 몫이라고 보면 된다. 연차별로 주거나 현금이 아닌 물품지급 등 지급 방식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현지 브로커들이 준동하지 못하게 영사업무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현지 여성단체와 협의해 가칭 한국문화센터를 만들어 예비신부를 양성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맞선과 교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베트남 측에만 맡기지 말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람은 첫 인상 3초에 많은 게 결정된다고 한다. 센터를 통해 화상으로 맞선을 본 후 만남을 갖는다면 보다 인간적이지 않을까. (2편에 계속)

유성호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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