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셋방살이 원목 수입업계 “집 없는 설움”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기자

업계, 재계약 안 해 주면 갈 곳 없어…분부대로 할 수밖에
한진, 품목별 특화 위한 것…작업효율 높아져 도움될 것
인천시·항만청, 땅 주인이 한다면 하는 것…왜 우리한테?

 

“방법이 없다. (원목을) 빼지 않으면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는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한진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갈 데가 없다.”
인천 북항 한진제1보세장치장을 원목 장치장으로 이용하던 수입상들이 때 아닌 보따리 싸기 홍역을 치루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제1보세장치장이 다른 용도로 변경됐다는 이유로 제3보세장치장으로 원목을 이동할 것을 이용업체들에게 통보했다. 문제는 이러한 원목 이동 요구가 짧게는 일주일 정도의 촉박한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이 과정에서 원목 이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한진이 전해왔다는 게 일부 수입업체들의 주장이다.


한진은 이에 대해 철강이나 원목 등 품목별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원목은 제3보세장치장으로 철강은 제1장치장으로 각각 특화한다는 것. 촉박한 시일 역시 장치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1보세장치장으로 들어와야 하는 철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겪고 있는 원목 수입상들은 ‘갈 곳 없는 을(乙)’의 설움이라는 하소연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6개월 단위의 장치장 임대계약으로는 안정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다.
더욱이 이러한 ‘불공정성’을 시정하고 싶어도 이를 적절히 조율해줄만한 기관이 없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에 원목을 1장치장에서 3장치장으로 옮겨야 하는 한 업체 대표는 “우리는 언제나 약자의 입장이다. 한진에서 옮기라고 요구하면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 원목을 쌓아놓을 땅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진장치장에서 재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갈 곳이 없다”면서 “사용계약을 6개월 단위로 하다 보니, 이러한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최소한 1년에서 2년 단위로 계약을 해야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겠지만, 갈 곳 없는 ‘을’의 입장으로서는 언강생심인 일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한진의 이적 요구가 있을 때) 처음에는 최소한 몇 달의 여유는 줘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해 봤지만, 재계약 문제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한진뿐 아니라 다른 타장 역시 원목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해 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원목 이적으로 인한 금전상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원목을 옮기면서 발생하는 운송료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한꺼번에 발생하는 통관비만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자금경색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적을 요구한 한진에서 운송비용을 부담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통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적할 수 있도록 편의는 제공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처럼 원목 수입상 등 장치장을 이용하는 업체와 장치장 운영사 사이에서 분쟁을 조율해야 할 관계기관 역시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항만물류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항만청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며 “인천항의 경우 예전 국가가 운영할 때라면 협조공문이라도 보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실질적으로 국가가 전혀 개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목재업체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산림청과 같은 관할기관을 통해 협조를 구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계약기간 역시 국가가 아닌 소비자보호원 같은 곳에 문제재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 항만공항시설과 관계자 역시 “(한진보세장치장은) 개인 땅이기 때문에 땅 주인의 의향대로 하는 것”이라며 “인천시로서는 (이러한 실태파악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한진보세장치장 김태경 차장은 “항상 품목이 바뀌는 항만의 특성과 항만개발계획 등으로 인해 6개월 단위의 계약이 필요하다”며 “이번 이적도 철강과 원목 등을 각각 특성화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 특히 원목은 남양재와 북양재 등 더욱 세분화해 궁극적으로는 원목 수입업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통관을 하지 않고 이적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 통관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혼적되면 관리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해, 통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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