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영선의 22세기 건강상식]건강의 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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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너무 많아 문제인 나라가 있었다.  왕은 고민하다가 신하들과 상의하였는데 신하 중 한 명이 묘안의 제시하였다. “폐하, 쥐가 몸에 엄청 좋다는 소문을 퍼뜨리소서. 그럼 온 백성들이 혈안이 되어 쥐를 다 잡아 먹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보신 문화를 비꼰 우스개 소리이다.

우리 주변에선 몸에 좋다고 하면 용감하게 어떤 것도 다 먹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호스를 넣어 쓸개즙을 먹고 살아있는 사슴의 피를 받아서 그 자리에서 그대로 마신 다고도 한다. 과연 이들 생각처럼 신비한 무언가를 먹으면 건강해지고 오래 살수 있을까?

100세 이상 오래 산 사람들을 대상을 한 연구들을 보면 특정 음식이나 식품을 먹어서 오래 살았다는 보고는 없다. 이들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량의 음식을 먹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공통적인 장수 비결이었다. 이러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100세 이상 장수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당뇨병과 심장병 등 만성 질환 유병률이 매우 낮다. 즉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가 아닌 좋은 식생활 습관이 장수의 열쇠인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 알려진 방법 중 수명을 연장 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먹는 칼로리를 줄이는 ‘소식’뿐이다. 즉 좋은 것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적당량만 먹는 소식만이 유일하게 동물실험에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이렇게 항변을 한다. ‘그래도 보신을 위해 먹는 것들이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나쁘진 않을 것 아니냐고?’

베타카로틴은 당근, 시금치, 브로콜리 등에 많이 함유된 항 산화물질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복용해 왔다. 1996년 미국에선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1인 레티놀의 폐암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 되었다. 흡연을 하고 있거나 흡연한 적이 있는 18,000여명을 대상으로 베타카로틴과 레티놀이 함유된 영양제의 폐암 예방효과를 알아본 대규모 연구로 베타카로틴을 복용한 군에서 폐암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평균 4년의 추적 기간 중 베타카로틴 복용 군에서 폐암 발생률이 28%나 높았으며 사망률도 17%나 높아 연구가 조기 종료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큰 교훈을 주었다. 금연 등의 생활습관 개선 없이 무분별하게 먹는 건강 식품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사자를 잡아 그 심장을 먹을 경우 사자와 같이 용맹해지고 힘이 세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생각을 정신분석학에선 “체내화 또는 섭취(incorporation)”라고 한다. 입을 통해 어떠한 대상을 먹음으로써 그 대상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원시적이고 유아적인 생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물개나 뱀의 생식기를 먹음으로 강한 정력을 가질 수 있고 고양이나 호랑이의 관절을 먹으면 관절 병을 치료하고 튼튼한 관절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사람들에게 만연된 보신문화는 특별한 식품이나 성분을 먹지 못해서 건강하지 못하고 힘이 없다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만든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과 상술이 결합하여 무언가를 먹어서 건강해 지려고 전 국토가 아우성으로 변해 가는 것 같다.

오늘도 신문, TV방송과 인터넷에선 만병통치의 기능을 가진 무수히 많은 건강보조 식품 및 영양제와 각종 건강법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건강 보조 식품이나 영양제 중 선전만큼 실제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증 된 것은 거의 없다.
적당량을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웃으며 살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 이외에 건강의 왕도는 없다.

글ㅣ김영선 원장(서울속편한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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