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시드니 식물원

서범석 기자
연재/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22> - 권주혁 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시드니 식물원 전경.
시드니 식물원 전경.

 

필립(Arthur Philip) 함장이 이끄는 영국 해군 함대는 영국을 떠난지 8개월 만인 1788년 1월19일,  오늘날 시드니 항구 남쪽에 있는 보타니 만(Botany Bay)에 닻을 내렸다. 호주 역사가들은 이 함대를 제1차 함대(First Fleet)라고 부른다. 필립 함장이 도착하기전에 이미 호주 대륙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중국인들이 발견하였고 그 뒤를 이어 영국 해군 대령인 쿡(James Cook) 함장과 프랑스 해군 군함도 호주에 도착하였으나 이들은 거대한 호주 대륙의 해안선을 전부 탐험할 수 없어서 각국은 호주 해안선의 극히 일부 지역만 탐험하고 그 지역을 각자 자기들 국가의 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후 19세기초  영국 해군의 플린더스(Matthew Flinders) 대위가 호주 대륙 전체의 해안선을 탐사함으로써 영국은 호주 대륙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였고 이에 유럽 국가들은 플린더스 대위의 탐험 결과를 인정하여 호주 대륙전체에 대해 영국의 소유권을 인정하였다. 이렇게 하여 호주 대륙은 영국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호주에는 플린더스 대위의 이름이 거리, 학교, 산맥 등 많은 지명에 사용되고 있고 플린더스의 동상도 곳곳에 세워져 있다. 호주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이렇게 많은 곳에 사용되고 동상이 이렇게 많은 것은 플린더스 대위 뿐이다(쿡 함장의 이름을 딴 지명은 플린더스 처럼 많지 않다). 


보타니 만에 도착한 제1차 함대는 1천여명의 죄수들을 싣고 와서 보타니 만에 정착하면서 호주를 개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식수가 부족하여 정착지로서 알맞지 않아 함대는 보타니 만을 나가서 바로 북쪽에 있는 포트잭슨 항구(오늘날의 시드니)에 들어가서 그곳에 정착하였다. 이렇게 오늘날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인 시드니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할 때 창밖을 보면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내리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시드니 항구가 가깝게 다가온다. 항구를 가로지르는 시드니 다리도 보이고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도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는 천천히 계속 하강을 하면서 드디어 활주로에 바퀴를 내린다. 바다를 향하여 길게 뻣친 활주로를 따라서 비행기가 천천히 이동할 때 활주로 양쪽에 바다가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보타니 만이다. 즉 오늘날 시드니의 킹스포드 국제 공항은 보타니 만에 있는 것이다.


영국인 죄수들이 시드니에 상륙하여 그곳에 집을 짓고 밭을 개간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오늘날 시드니 식물원이 있는 곳이다. 1816년, 영국인들은 더 좋은 농토를 찾아서 내륙으로 들어가면서 자기들이 처음 상륙한 곳을 식물원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시드니 식물원의 시작이다. 1828년부터는 외지(外地)에서부터 많은 식물(나무, 꽃 등)을 가져와 이식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이 식물원은 시드니 항구를 끼고서 30ha(약 10만평)의 면적에 식재된 식물은 65,764종이고 식물원 안에 있는 종자보관소에는 약 10만종 이상의 식물종자를 갖고 있다.  


식물원 안에는 호주 대륙 곳곳에 생육하고 있는 식물과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온 식물들이 가득하다. 대표적인 수목은 호주 원산의 메이든스검(Maiden’s Gum, 학명 Myrtaceae Eucalyptus maidenii), 호주 원산의 소나무 울레미 파인(Wollemi Pine, 학명 Pinaceae Wollemia nobilis), 지중해 원산의 소나무(Maritime on Cluster Pine, 학명 Pinaceae Pinus pinaster), 쿡 함장이 1774년에 남태평양의  뉴칼레도니아 섬에서 발견한 남태평양 소나무(New Caledonia Pine; 사실은 소나무가 아니고 삼나무 계통임, 학명 Araucariaceae Araucaria columnaris), 남아프리카 원산의 속성 수종인 엘로우 우드(Outenique Yellow Wood, 학명 Podocarpaceae Nageia falcatus), 중앙 아메리카 원산의 멕시코 삼나무(Mexican Bald Cypress, 학명 Cupressaceae Taxodium mucronatum) 등이다.


권주혁 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권주혁 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필자가 시드니 식물원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79년 7월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잡고 식물원으로 가자고 하니 운전기사 아주머니는 필자를 식물원 입구(입구가 여러곳인데 미첼 도서관 맞은편에 있는 입구)에 내려주었다.
그 뒤 시드니를 방문할 때마다 필자는 이 식물원의 매력에 이끌려 이곳을 방문하여 싱그러운 수목사이로 거닐곤 하였다.

 

아름답고 멋있고 깨끗한 경관 때문에 주말뿐만아니라 평일에도 이곳을 찾는 시드니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이곳에서는 시드니 항구의 맑은 물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페라 하우스도 바라다 보인다. 또 식물원 안에는 음악원 건물도 자리잡고 있어 젊은 음악도들이 악보책을 옆구리에 끼고 식물원 경내를 총총걸음으로 가는 것도 볼 수 있다. 전세계에서 온 각종 아름다운 식물이 음악도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리라고 확신한다.

 

한편 도로에 면한 식물원 한 쪽 언덕에는 제1차 함대를 이끌고 호주에 도착한 뒤 제1대 호주 총독을 지낸 필립 함장의 동상이 시드니 항구를 굽어 보며 서 있다. 동상은 1897년에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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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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