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호주 브리즈번 식물원

서범석 기자
연재/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23>

호주 브리즈번 식물원.
호주 브리즈번 식물원.

 

호주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브리즈번(Brisbane)은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주위환경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차를 타고서 남쪽으로 해안을 따라서 한시간 반을 달리면 휴양지로 알려진 골드코스트 해안의 도시 서퍼스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도 있고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서 올라가면 바닷가를 끼고서 여러 곳의 휴양도시들이 나타난다. 특히 골드코스트 지역은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브리즈번 식물원은 시내의 한 가운데를 흐르는 브리즈번 강이 굽이를 만드는 곳에 있다. 시내 중심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곳이므로 필자는 브리즈번에 들릴 때마다 이 식물원을 찾아서 수많은 수목과 대화를 하며 식물원 안을 걸어다니거나 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앉거나 잔디에 누워서 책을 읽곤 하였다. 이 식물원은 필자가 방문한 식물원 가운데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며 동시에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이제 이 식물원에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자.


1828년 7월2일, 시드니 식물원의 큐레이터인 프레저(Charles Fraser)와 동료 영국인 공무원 2명이 브리즈번을 방문하고 정부 농장 예정지역(오늘날의 브리즈번 식물원이 있는 곳)을 둘러 본 뒤 이곳을 뒤덮고 있는 수목들을 잘라내었다. 원래 이 지역은 크라우 애쉬(Crow Ash; Flindersia australis)나무가 무성하고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던 곳이었다. 이곳에 농장이 완성되자 영국에서 브리즈번으로 보내진 죄수들이 감자, 고구마, 호박, 배추,콩 등을 경작하여 브리즈번 지역에 있는 공무원, 주민 그리고 죄수들에 식량을 조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1849년 죄수들이 이곳을 떠난 뒤 이 농장은 정부 소유토지로 남아서 일부 부분만이 시험 농장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던 중 1855년, 식민지 정부는 이곳을 식물원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스코틀랜드 출신 식물학자인 힐(Walter Hill)을 첫 큐레이터로 임명하였다. 힐은 금광을 찾아서 호주 시드니에 왔으나 힐이 식물학자인 것을 알게 된 식민지 정부는 힐을 브리즈번에 보내 새로운 식물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힐의 임무는 이곳에 주민 휴식공간을 만드는 한편, 호주 원산의 식물과 수입 작물을 심어 식민지(퀸스랜드주) 에 적합한 좋은 종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당시 이곳에 식재된 식물은 망고, 파인애플, 포도, 사과, 사탕수수, 담배, 생강, 커피, 포도 등이었다. 상부로부터 명령과 지시를 받은 것과는 별개로 힐은 후손에게 아름다운 유산을 만들어 남기겠다는 결심을 하고 인생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는 외국을 왕래하는 무역선 선장들에게 부탁하여 외국의 목재수종을 많이 가져와 이곳에 심었다. 이 가운데는 1858년에 중남미에서 가져와서 심은 마호가니(Mahogany;학명 Swietenia mahogani), 타마린드(Tamarind; 학명 Tamarindus indica)와 1862년에 대서양의 카나리 군도에서 가져와 심은 드라곤 추리(Dragon Tree; 학명 Dracaena draco)도 있다. 17ha(약5만6천평) 면적을 가진 이 식물원에 있는 수많은 나무 가운데 드라곤 추리는 아주 특이한 수형을 갖고 있다.


퀸즈랜드 주는 태양이 강하다. 강렬한 태양을 이용하여 퀸즈랜드 주의 광활한 지역에는 19세기에 사탕수수 산업이 활발하였는바 1862년에 대서양의 바베이도스 섬에서 브리즈번 식물원에 온 농장주 부홋(John Buhot)이 힐과 함께 일하며 식물원의 한 구석에서 사탕수수 재배시험에 성공한 뒤 사탕수수는 퀸즈랜드주 전역으로 식재되어 사탕수수 산업이 크게 번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힐이 1881년에 은퇴한 뒤 적당한 후계자가 없어 식물원은 8년간 방치되었다. 그 뒤 식물원은 다시 제대로 관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브리즈번 식물원 한 가운데에는 1867년에 브리즈번 시내에 식수를 공급하는 에노게라(Enogera)댐의 완공을 기념하여 만든 조그만 샘터와 기념물이 있다. 당시 퀸즈랜드의 첫 건축설계사인 티핀(Charles Tiffin)이 설계하고 조각가 페트리(John Petrie)가 만든 이 샘에 1972년, 브리즈번 식물원은 식물원의 기초를 만든 힐을 기념하여 월터힐 샘터(Walter Hill Fountain)라는 이름을 붙였다.


식물원의 정문은 알버트(Albert) 가(街)에 붙어 있는데 이곳에는 힐이 인도에서 가져와서 심은 피그 추리(Fig Tree; 학명 Ficus benghalensis)가 있다. 오늘날 이 나무는 엄청난 크기로 자라서 정문 주위를 가리고 있다. 힐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가 심은 피그추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When these trees attained their full height of 100 feet and with their noble appearance, it will afford that they rightly selected for this position.” 힐의 말대로 그가 이곳에 심은 많은 나무들은 그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오늘날
이 식물원을 찾아오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자연의 푸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권주혁. 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나무신문 imwood@imwood.co.kr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SK하이닉스, AI 솔루션 전문 미국법인 설립

SK하이닉스, AI 솔루션 전문 미국법인 설립

SK하이닉스가 AI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에 AI 설루션 전문 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HBM 등으로 축적한 AI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단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설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29일 밝혔다. AI Co로 불리는 신생 회사를 통해 AI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 전 분야에 적용 가능한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20.1조원…메모리 최대 실적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20.1조원…메모리 최대 실적

삼성전자가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93조8천억원, 영업이익 20조1천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DS(Device Solutions)부문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전사 매출은 전분기 대비 7조7천억원 증가한 93조8천억원으로 9%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조9천억원 증가한 20조1천억원으로 65% 확대됐다.

현대건설, 미국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

현대건설, 미국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미국 텍사스 대규모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가 금융조달과 사전 공정을 마치고 본공사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 ‘루시(LUCY)’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프로젝트 루시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한국중부발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EIP자산운용, PIS펀드 등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가 추진하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