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동서발전 임지잔재물 공급 MOU…업계, “보드원료 쓰려는 포석”
지경부, “동서발전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이다”…산림청, 업계의견 왜곡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가 MDF PB 등 국내 목질 보드 생산업계의 원재료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원별 공급인증서(REC) 가중치에서 목질계가 구분 없이 모두 높은 가중치로 책정됨으로써 심하게는 국내 목질 보드류 생산업계의 줄도산까지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목질계의 가중치를 크게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소한 보드업계에서 이미 재활용하고 있는 폐목재만이라도 가중치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와 산림청은 문제 해결보다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특히 산림청은 업계의 이와 같은 요구를 오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나아가 산림청이 발전업계에서 보드 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설비규모 500MW 이상 발전사업자는 내년 2.0%를 시작으로 목질계 바이오매스, 풍력, 조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오는 2022년까지 그 사용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RPS의 핵심내용이다.
이때 신재생에너지를 1군에서 4군까지 구분해 REC 가중치를 주게 되는데, 목질 바이오매스를 전량 사용할 경우 1.5의 가중치를 받게 된다. 쉽게 말해 가중치가 2.0이면 1%만 사용해도 2%의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착공 예정인 한국동서발전은 산림청과 ‘목질계 바이오매스 보급 및 이용촉진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산림청과 발전업계의 ‘땔 나무’ 공급 협력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번에 체결된 동서발전과의 MOU는 벌채시 산에 버려지고 있는 임지잔재물을 수거해 발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 가중치 1.5를 받게 되면 톤당 대략 8만원까지 자금이 지원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수거 예산이 없어 산에 버려지던 폐목재를 수거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보드 업계에서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건설폐목재나 제재부산물과 같은 목질 원료를 발전업계에서 사용하려는 포석에 불과하다는 게 보드업계의 시각이다.
임지잔재물을 수거할 경우 지원되는 8만원에 많게는 2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반해, 제재부산물이나 건설폐목재를 사용할 경우에는 오히려 돈이 남는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발전업계에서 임지잔재물 보다는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싼 보드원료에 손을 댈 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동서발전 노용균 부장은 이에 대해 “(동서발전에서) 건설폐목재와 같이 물질 재활용 업계(보드업계)에서 사용하는 원료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현재 보드산업에서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임지잔재물과 일부 생활폐목재만 사용할 것”이라며 “발전소에 목재칩 공급은, 칩 생산공장을 설립해 위탁 경영을 맡길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바로 맹점이 있다는 게 보드업계의 분석이다. 동서발전의 진정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위탁업체 및 칩 공급 업체에서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싼 원료’를 우선 수거할 공산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동화기업 유성진 팀장은 “PB나 MDF의 원료는 종류에 따라 적게는 3만5000원선에서 8만원선까지 분포해 있다”며 “발전소에 목재칩을 공급하는 입장에서 이처럼 싸고 구하기 쉬운 원재료에 눈독을 들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8만원 보조효과에 통상의 원재료 구입비 7만원을 더하면 15만원이 되는데, 이는 원목까지 사서 발전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동서발전에서 사용하는 목재만 연간 18만톤인데, 이는 국내 PB 생산업체 한 곳이 문을 닫아야 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동서발전 규모의 발전소 세 개만 생기면 국내에 세 개뿐인 PB공장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열두 개인 MDF 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REC 가중치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십분 양보해 임지잔재물에 1.5를 주더라도, 현행법상 환경부에서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는 건설폐목재와 제재부산물이라도 ‘폐기물 가중치’인 0.5로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홍 모 서기관은 “가중치는 산림청과의 협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며 “또 현실적으로 임지잔재물이 됐든 건설폐목재가 됐든 칩으로 만들어지면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중치에 차등을 두는 것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홍 서기관은 또 지원되는 금액과 실제 사용되는 금액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은 보드업계의 주장일 뿐 발전업계의 계산은 다르다”면서도,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동서발전에 물어보라, 동서발전의 생각이 지경부의 생각이다”고 답했다.
그는 또 “지경부에서 직접 설명해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 지경부는 계산해보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자 “알고는 있는데 잊어버렸다”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편 산림청 목재생산과 함 모 사무관은 가중치 결정이 산림청과의 협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지경부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일체 의견제시를 해준 적이 없다”며 “지경부에 찾아간 것도 한 번 밖에 없었다”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함 사무관은 또 “보드업계에서도 처음에는 가중치를 차등적용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건설폐목재와 제재부산물 등은 건드리지 않는다면 가중치 조정이 없어도 된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보드업계의 입장은 함 사무관의 설명과 사뭇 달랐다.
한국합판보드협회 정하현 이사는 “양보해서 임지잔재물에 대한 가중치는 1.5로 유지하더라도, 건설폐목재와 제재부산물 등은 0.5로 조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확고한 입장이고, 이를 꾸준하게 산림청과 지경부에 요구하고 있다”며 “칩으로 만들어도 유관상으로 구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거업체들의 장부만 확인해도 쉽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신문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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