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석동 "외화유동성,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

"물가와 차원 달라.. 문제 생긴 은행장 안 봐준다"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미국과 유럽발 악재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은행권 외화유동성 확보에 대한 발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외화유동성 확보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은행이 이에 대해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의 강력한 주문이 잇따르자 은행들도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고 기존 외화차입의 만기를 연장하는 등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소집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실무진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외화유동성 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7월21일 기자단 세미나), "올해는 외환건전성 문제를 1번으로 하겠다"(7월23일 봉사활동),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각별히 챙기라"(7월26일 금융위 간부회의) 등 지금까지의 발언에 견줘보면 외화유동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매우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한국 금융과 경제가 외화유동성 문제로 다시 한 번 흔들리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금융위 한 간부는 "물가 상승도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심각한 문제지만, 우리나라가 벼랑 끝에 선 경제위기는 항상 외환 부문에서 비롯했다는 지론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다른 간부는 "물가를 잡으려고 여러 정부 부처가 노력하지만, 당장 나라가 살고 죽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의미"라며 "외환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맥락이었지, 결코 물가의 심각성을 축소한 게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외환위기의 시발점이 되는 은행의 외환건전성을 금융당국이 철저히 단속해야 외화유동성 문제로 비화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외채 의존도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외화가 빠져나갈 경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요인이다. IMF나 2008년 금융위기 등이 이로 인해 발생했다. 그런데 민간부문의 외채 유입이 점점 늘어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외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특히 이중 20%는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다.

최근 프랑스의 르 몽드 신문은 우리나라의 지나친 외채 의존을 지적하면서 해외 채권기관들의 갑작스런 단기외채 회수를 경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은행들이 올 1분기에 138억달러의 단기외채를 대부분 유럽에서 빌렸고 한국은 아직 문제가 없지만 대외신인도가 급락해 해외 채권기관들이 1467억달러 규모의 단기외채를 회수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외환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특별점검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12개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을 대폭 높이도록 지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은행들이 아무리 `우리는 괜찮다'고 해도 절대 믿지 말라. 내가 세 번이나 속았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데, 그런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버금가는 상황을 가정한 외국인 자금 유출 추정액과 비상 외화자금 조달계획 등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일부 은행들이 "지나친 걱정"이라며 반발하는 것을 의식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갑작스런 외국인들의 외채 회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가 `은행에 세 번 속았다'는 것은 옛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을 맡았던 1997년, 옛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을 맡았던 2003년, 옛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냈던 2008년 금융위기를 가리킨다.

김 위원장은 1997년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 시절에 은행들에게 외화유동성을 특별히 주목하라고 주문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그의 주문을 무시했다. 그리고 1997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곧바로 우리나라의 외채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은행 부문의 외환건전성을 문제 삼아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가 벌어지며 외환위기(IMF)가 터지고 말았다. 당시 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최저 600원대에서 2050원까지 올랐고, 회사채금리는 30%까지 상승했다. 이와 비슷한 일은 2003년과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에 두 번이 더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외국 투자자들은 곧바로 우리나라의 외채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은행 부문의 외환건전성을 문제 삼아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가 벌어지곤 했다"며 "1997년, 2003년, 2008년 모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던 때"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번지지 않도록 특별점검을 진행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에선 당국의 외화유동성 확보 주문에 따라 최근 하나은행이 300억엔(약 4억달러)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으며, 농협도 5억달러 규모의 농금채를 발행했다.

16개 국내은행의 중장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과 단기차입 차환율도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상승, 외화차입에 아직 큰 어려움은 없는 상태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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