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수첩] 농협 사업구조개편은 4대강 공사가 아니다

김동렬 기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농협 사업구조개편이 졸속으로 강행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농협법을 개정해 농협 사업구조개편 시행시기를 2017년으로 정했음에도, 무엇이 급했는지 지난 3월 농협법을 다시 개정해 시행시기를 내년 3월까지로 무려 5년을 앞당겼다. 정부가 개편을 4대강 공사하듯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007년 농협법을 개정할 당시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위해 10년이라는 준비기간을 둔 것은 농협 스스로 신용·경제사업 분리를 위한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 자체 자본 조달을 통해 국민경제와 농업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사업 분리를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와의 연속성을 전면 부정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정부 여당은 농협법을 재개정하면서까지 농협 사업구조개편의 시행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무리한 사업추진은 결국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사업구조개편에 투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을 차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신·경 분리를 위해서는 모두 27조20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현재 농협이 보유한 자본금은 15조원이며, 따라서 사업구조개편을 위해서는 12조2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이 부족 자본금 중 4조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8조2000억원을 농협 자체 차입 등으로 조달하라는 것이 정부안이다.
 
그나마 정부가 지원키로 한 4조원 중 3조원도 농협이 직접 차입 조달해야 하며, 정부는 이에 대한 이자 1500억원만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1조원은 BIS 비율 맞추기용 현물 출자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직접적인 현금 지원은 1500억원에 불과하다.

사업구조개편으로 농협은 11조원이 넘는 빚과 막대한 이자부담을 떠안게 된다. 자산건전성 훼손 및 BIS비율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농협은 정부가 지원키로한 4조원을 제외한 부족 자본금 8조2000억원을 상호금융특별회계 및 농금채 발행 등에서 차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호금융특별회계는 회원조합들의 긴급한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중앙회에 예탁한 자금으로,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것은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반부실화도 우려된다.

농협의 부실은 300만 농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또 농협 직원들은 대량 해고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당초 원안대로 2017년까지 연기하는 농협법 재개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충분히 예견되는 재앙이라면,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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