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전문] 공정거래위원장-4대그룹 대표 간담회 위원장 모두발언

박성민 기자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공정거래위원장-4대그룹 대표 간담회 위원장 모두발언 전문>

연초에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이나 인사·조직 정비 등 여러모로 바쁘실 텐데 오늘 자리를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재정위기로 금년도 경제전망이 밝지 않고 북한 지도체제의 변화 등 여러 가지로 불확실성이 높아서 기업들도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주에 30대 그룹이 사상최대의 투자와 신규채용계획을 밝혀 주신데 대해 국정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특히 그간 4대 그룹이 동반성장 문화 정착을 위해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협약 체결에 적극 협조해 주신 것에 대해서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세계에 유례가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기업들의 공이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기업들은 치열한 국제경쟁을 뚫고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감과 동시에 국가경제를 견인해 왔습니다. 작년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함에 있어서도 대기업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대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록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의 편중 문제, 양극화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제기되면서 월가 점령 운동이 전 세계로 번져 나가고 많은 나라에서 『자본주의 4.0』 논의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부의 편중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 또한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기업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명실 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많은 반면,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사정이 빠듯해진다는 기업들이 많아 극명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난 연말 Economist 지에 나온 기사를 보니까 46개 국가의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업기회가 있다고 느끼는지를 물어 보았는데 우리나라는 46개 국가 중에 45번째로 최하위권 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4대 그룹이 앞장서서 독립 중소기업에게 사업기회를 개방하는 방안을 마련하셨는데 이는 그 의미가 매우 큰 중요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그룹 소속사에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계열사간에 수의계약으로 그룹내부에서 거래해 오던 관행을 개선해서 경쟁입찰을 통해 독립 중소기업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준다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기업 경쟁력이 좋아지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가 됩니다. Economist 지의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업기회가 열려 있어야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역동적인 경제·지속적인 경제성장도 담보가 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거래비용의 절감이라든가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등과 같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그룹 차원의 보안 문제나 통일성 같은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한 기업 내에서 사업부로 하던 일을 분사한 결과 새로 생긴 계열사가 계속 수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계열사들 간에 내부거래를 너무 많이 하게 되면 독립 중소기업들은 설 땅이 없어지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4대 그룹이 결단을 내려서 마련한 외부 독립기업에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앞으로 잘 실천되면 역량 있는 비계열 독립기업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그간 아예 응찰할 기회도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있었던 SI(시스템통합) ․ 광고 ․ 건설 ․ 물류 등의 분야에서 독립 중소기업들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되고 아울러, 계열사 물량에 안주해 온 일부 대기업이 있다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오늘 4대 그룹이 이렇게 앞장서서 중요한 결단을 해 주신 만큼 다른 30대 그룹에도 이러한 방안이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4대 그룹이 그간 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느낀 점이나 앞으로 실천과정에서 예상되는 사항, 정부에 당부하고 싶으신 사항에 대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고,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이라든가 기타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