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 10조 육박… 사상 최대

유럽 자금 6조원 달해… 자금 이탈시 혼란 우려

양준식 기자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올해 들어 연일 '바이 코리아' 행진을 벌이며 코스피 2,000선 돌파의 `1등 공신'이 된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사상 최대인 10조원에 육박했으며, 이 가운데 유럽 자금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말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올해 외국인이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증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어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는 등 대외 악재가 발생할 경우 대외변수에 취약한 국내 금융시장이 또 다시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의 역할 제고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쉽게 이득을 취하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외국인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이득세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 9조2천902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이 가운데 유럽계 자금이 절반이 넘는 5조785억원에 달했다. 이들 들어서는 이틀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영국은 지난달 2조65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 들어 1조1천257억원어치의 주식을 추가로 더 사들여 최대 주식 보유국인 미국보다 순매수 규모가 컸다.

룩셈부르크와 프랑스도 각각 7천52억원, 4천426억원을 순매수했다.

룩셈부르크와 함께 핫머니(투기성자금) 가능성이 큰 케이만아일랜드는 9천102억원을 투자했다.

ECB의 2차 유동성 공급을 고려하면 조만간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는 태국이 6천720억원어치를 처분한 탓에 지난달 1조6천443억원 순투자에서 이달 들어 2천637억원 순유출로 돌아섰지만 유럽계 자금은 지난달 1천209억원 순투자에 이어 이달 들어 4천281억원으로 순투자액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전체 주식ㆍ채권 순매수 규모는 이달 17일까지 10조6천708억원에 이르고 있고 이 가운데 유럽계 자금이 5조6천억원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시가총액 기준으로 17일 현재 33.14%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대외위험도가 커진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자금이 계속해서 들어와 금리를 낮춰주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돼 개인들의 소비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 등은 긍정적이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져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코스피가 곤두박질쳐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김동완 금융시장실장은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이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유동성 공급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반대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은 꾸준히 들어왔다가 한꺼번에 나가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며 "최근 유입된 자금에 단기 자금이 꽤 많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여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정치적 변수 등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문제가 수면에 떠오를 수 있는데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중동 지역 위기 고조도 외국인 자금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여서 위기가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외국인 자금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요인이니 자산효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상황이 안 좋아지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어 우리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잠재적인 요인"이라며 "자본이득세 도입 등을 검토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쉽게 이득을 취하고 빠질 수 있다는 인식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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