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농협계열사는 농협지주사 설립보다는 전산지주사를 먼저 설립해야 할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안이한 대처가 사고의 재발과 반복을 불러온다. 소비자권리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NH투자증권의 고객 거래내역 유출과 관련, 금융소비자연맹이 낸 성명서의 일부다.
당시 농협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9개월만인 지난 3월에서야 전산문제 재발을 막기 위해 IT 자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하지만 30일 4시간 가까이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다.
◆ '농협사태' 1년…그동안 뭘했나
작년 4월 모든 은행업무가 마비됐던 농협은 한달만에 겨우 복구를 마치고, 5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고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5월 일부 인터넷뱅킹과 창구업무, 카드 조회 등의 서비스가 3시간 가량 먹통이 됐고, 6월에는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투자자들의 매매내역이 유출되기도 했다.
12월 새벽에도 인터넷뱅킹과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체크카드 결제 등의 서비스가 3시간 가량 중단됐다. 때문에 '전산대란' 후 몇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비가 안된 것이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를 통해 새로운 금융회사로 거듭나기로 한 새해에도 마찬가지였다. 1월 약 30여분동안 전산장애가 발생한데 이어, 2월에는 타행 인증서 접속을 통한 인터넷뱅킹도 장애가 발생했다.
이러한 가운데 3월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했고, 이쯤되자 금융당국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농협 측에 1~2년 내로 독립 전산망을 완비하라고 주문했고, 5월2일까지 제출을 요구했던 전산망 구축 계획서도 한 달 앞당겨 내도록 했다.
특히, NH농협생명과 손해보험 측에는 전산시스템 안정성이 확인될 때 까지 신규상품 판매를 서두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되자 농협은 그제서야 IT 자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현재 농협 금융 계열사들은 여전히 농협중앙회 전산망을 공동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3~5년→1~2년 후에나 개선될 듯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시간을 끌며 여론이 좀 누그러지길 기다리거나, 아니면 또 북한 소행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는 전산장애가 발생할 때 마다 금융권 관계자들 및 고객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반응이다. 이번 같은 경우 농협은 월말 거래량 폭주를 이유로 들었지만, '궁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3월 금융위가 나서기 전, 농협은 독립적인 전산망 구축 시기를 3년 정도로 잡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과 함께, 개정된 농협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2월 개정된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전산시스템 운영을 지주사가 설립된 날로부터 3년까지 중앙회에 위탁할 수 있다. 위탁기간이 끝나도 이전이 곤란한 경우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농협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 지금처럼 중앙회에 전산운영 위탁을 맡긴 상태에서는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관리감독과 징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전산사고 관련 중징계를 내렸을 때도 CEO인 최원병 회장과 김태영 신용부문 대표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단 4대 금융지주(국민·신한·우리·하나, 가나다순)처럼 자회사별 IT 부서를 통합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기는 했는데, 문제는 언제 하느냐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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