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는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3.64%를 3개월 내에 처분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이는 또 3개월 유예를 허용한 것이라 '삼성공화국' 논란은 여전하다.
◆ 5년 넘도록 금산법 위반 상태인 삼성카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상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거나 5% 이상 보유하면서 그 기업집단이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07년 4월27일 개정 금산법 부칙에 따라 삼성생명처럼 1997년 3월1일 금산법 시행 이전의 주식 취득으로 법 위반 상태에 처한 회사는 2년 후부터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따른 의결권 제한을, 삼성카드처럼 금산법 시행 이후의 주식 취득으로 법 위반 상태에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5년 내에 자발적으로 해소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초과보유한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의 경우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한도를 내부지분율 15% 이내로 제한한 개정 공정거래법 제11조가 2008년 4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므로, 남은 문제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초과보유한 삼성카드의 법 위반 해소였다.
삼성카드는 올해 초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주식(25.64%) 중 17%를 KCC에 매각했지만, 나머지 5% 초과분에 대해서는 해소하지 못한 채 유예기간(4월26일까지)이 경과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가 5% 초과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5년이라는 긴 유예기간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때문에 이는 준법의식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 금융당국은 오히려 '배려'
금산법 제24조를 둘러싼 논란은 2004년 초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現 경제개혁연대)가 '금융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의가 진행되던 중,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금산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였다.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은 각각 삼성에버랜드와 기아자동차 지분을 각각 25.6%, 10.4% 보유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現 금융위)의 승인을 받지않아 법을 위반하고 있었는데, 금감위는 얼마 후 이러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음에도 금산법에 마땅한 제재 근거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매각명령 등의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단지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에 스스로 초과지분 해소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는데,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은 초과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삼성카드는 이를 거부하고 의결권만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위의 해명과는 달리, 불과 1년 전인 2003년 7월 금감위가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에 대해 계열사인 아남반도체 주식 9.68% 가운데 5%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보험업법에 근거해 매각명령을 내린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두 회사에 대해 기관 문책경고와 임원 주의 경고까지 내렸다.
이 역시 금산법 제24조 위반에 관한 것이었지만, 금감위는 동일한 법위반에 대해 다른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 재정경제부(現 기획재정부)는 2004년 11월 금산법 제24조를 위반할 경우 금감위가 매각명령과 같은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정작 금산법 개정의 단초가 된 삼성카드 사례와 같이 과거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지분을 초과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제재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보유 자체를 합법화시켜주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재경부는 과거 법위반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소급입법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거에 법을 위반해 초과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도 매각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것은 장래에 대해 주식 초과보유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시정조치권을 도입한 것에 불과하므로 정부나 삼성에서 주장하는 '소급입법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 법위반에 대해 매각명령을 내리지 않고 의결권만을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불법행위자에 대해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비판에 직면한 정부안은 6개월이 넘도록 국회에 제출되지 못했고, 그 와중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열린우리당·現 민주통합당)이 금산법 위반 상태인 금융기관의 명단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새로 10개 금융기관이 13개 피투자회사 지분을 위법하게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문제는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초과보유 사실을 누락시켰다는 점이었다. 삼성생명은 최소한 1987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5% 이상 계속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산법 발효시점인 1997년부터 계속 법위반 상태였는데, 금감원이 이에 대한 자료를 누락시킴으로써 삼성을 옹호하기 위한 고의적인 은폐라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박영선 의원은 2005년 6월2일 과거 법위반 행위로 인해 현재 한도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법개정 후 사후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5년 내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산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곧이어 정부안도 7월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다. 문제는 입법예고안에도 없는 내용들이 부칙에 대거 추가됐는데, 그 하나하나가 모두 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초과보유한 주식을 합법화하는 것이라 삼성의 요구를 받아쓰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부칙의 수정 내용은 관계기관에 통보되지도 않았고 차관회의에서 제대로 검토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제점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전제조건을 붙여 당일 국무회의를 간신히 통과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삼성의 문제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금산법 제24조 위반 문제는 2005년 국정감사를 '삼성국감'으로 만든 핵심 사안 중 하나가 됐고,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금산법 개정안은 2006년 12월22일 국회를 통과해 확정됐다.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그룹에 대한 법'이라고 할 만큼 개정 원인을 제공한 것이 삼성이었고, 또 법 개정에 따라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회 제1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의원안은 물론 여당의 권고적 당론에서도 크게 후퇴해 사실상 삼성그룹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내용으로 최종 결정됐다.
즉 금산법 제정 이전의 삼성전자 주식 취득으로 금산법 위반 상태에 있던 삼성생명의 경우 의결권 제한으로 제재 내용이 확정됐는데, 그나마도 금산법 위반 행위를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한다는 우리나라 입법사상 유례없는 편법을 동원했다. 개정 공정거래법 제11조에 의한 의결권 제한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삼성생명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는 없는 셈이었다.
또한 금산법 제정 이후의 삼성에버랜드 주식 취득으로 금산법 위반 상태에 있던 삼성카드의 경우 5년 이내에 초과보유분을 자발적으로 매각하도록 했으나, 특수관계인이 절대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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