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불법건설사 퇴출 강화 추진
건설업 등록기준·입찰제도 등도 손질할 듯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물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페이컴퍼니로 인해 건실한 건설사의 영업능력이 저하되고 하도급 업체의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수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업체가 수주를 독식하면서 정작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업체는 수주경쟁에서 뒤처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국토해양부는 건설 페이퍼컴퍼니 등의 부실·불법 건설업체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3일 밝혔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어렵지만 부실 업체를 퇴출해야만 건실한 업체를 살리고 건전한 수주문화가 형성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과당경쟁을 막고 페이퍼컴퍼니의 수주를 막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자본금·기술인력·사무실 요건 등 건설업 등록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불법 업체를 적발해 퇴출시키고 있다.
등록기준 미달 업체는 원칙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후 3년 이내에 동일한 사유의 등록기준 미달이 발생한 때에 등록말소 처분을 내린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등록기준 미달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총 1만9308개사로 이 가운데 1만6409개 업체가 영업정지, 2899개사가 등록말소됐다.
해마다 평균 5천여개 업체가 퇴출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종합건설업체 수는 2007년 1만2942개사에서 2008년 1만2711개, 2010년 1만2002개, 2011년 1만1599개, 올해 6월 말 기준 1만1528개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건설업체수는 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계속돼 2007년 말 5만5301개사에서 올해 6월말 기준 5만7229개사로 1928개사가 늘었다.
국토부는 종합건설업체의 경우에도 절반 가량인 5천~6천여개사가 등록기준 미달 업체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전문건설업체중 부실·불법업체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년간 건설공사 수주액은 100조~120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수주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업체 난립은 300억원 미만의 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 입찰 공사의 수주 시장을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명 '운찰제(運札制)'로 불리는 적격심사 입찰제도의 경우 낙찰금액에 유사한 도급액을 써내기 위해서는 응찰 업체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점을 악용해 한 업체가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모 업체는 가족과 친지 명의로 5~6개의 회사를 별도로 위장 등록해 입찰에 참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 수가 늘면서 적격심사 공사의 경우 공공공사의 입찰 경쟁률이 200대 1까지 치솟는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한 업체가 10여개의 페이퍼컴퍼니로 입찰에 참여해 여러 건의 공사를 따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정상적으로 1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낙찰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직접 시공능력이 없거나 부실한 페이퍼컴퍼니들이 대거 공사를 따내 건실한 건설사의 수주기회를 박탈하고 하도급 업체 부실화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종합건설업체 1만1500여개사를 대상으로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 등을 분석한 결과 등록기준 적합업체는 6000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등록업체의 25% 이상이 단 1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곧 건설한 업체의 수주감소에 따른 동반 부실과 하도급 업체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체가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여러 공사를 수주하면서 직접 시공 의무비율도 지키지 못하고 불법 재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하도급 업체끼리의 경쟁으로 저가 수주를 양산하고 2중, 3중 하도급으로 공사대금이 감소해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
건산연 최민수 박사는 "내년까지 SOC 예산이 4년 연속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페이퍼컴퍼니들이 난립하면서 건실한 업체들은 수주를 하지 못해 부도·워크아웃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건설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업체에 대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카톨릭대학교 김명수 교수는 "현재 건설업체의 상당수가 페이퍼컴퍼니로 추측되는데 정부가 이를 명확하게 적발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며 "건설 시공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가 수주에 따른 재하도급 문제로 임금 체불, 하도급업체 부실화, 부실 시공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불법업체를 근절하기로 하고 조만간 지자체와 협의해 이달 중으로 현재 진행중인 부적격업체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부실 건설사에 대한 단속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사는 지금까지의 실태조사에 비해 자본금·기술인력·사무실 등 건설업 등록기준 전반과 자격증 대여 등 불법 행위에 걸쳐 강도높은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적발업체에 대한 제재 역시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건설업 등록·시공제도를 비롯해 입찰·보증제도 등 건설관련 제도 전반을 근본적으로 손질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부실·불법업체가 수주시장에 발을 못붙이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이는 건설업의 일자리 축소가 아니라 건설산업과 건실기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불법업체 퇴출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확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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