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전례 없는 횡포'… 듀폰에 코오롱 전산망 접근 허락, "영업비밀 다 뒤져봐라?"
"코오롱 컴퓨터내 영업비밀 기록 삭제 확인하라" 명령
미국 법원이 지명한 제3의 컴퓨터 전문가가 코오롱 내부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DB)를 살펴보도록 명령한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의 명령서(injunction order)에 따르면, 로버트 페인 판사는 코오롱에 듀폰의 영업비밀에 속하는 모든 서류를 내달 1일까지 듀폰에 돌려주고, 컴퓨터에 관련 파일이 남아있다면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하면서 그달 31일까지 듀폰으로 하여금 법원의 허가를 받은 전문가를 고용해 코오롱의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근해 영업비밀 관련 자료가 완전히 삭제됐는지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
사실상 외부인이 경쟁업체의 총체적 영업정보가 담긴 전산망을 마음대로 뒤져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코오롱에 듀폰의 영업비밀을 아는 사람, 영업비밀이 보관된 장소, 영업비밀이 언급된 모든 사안을 특정해 듀폰측에 알려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했다.
코오롱은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미국 1심 법원이 자사의 아라미드 제품에 대해 20년간 판매 금지 판결을 내리면서 자사의 컴퓨터에 문제가 된 듀폰의 영업비밀 관련 자료가 완전히 삭제됐는지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며 "하지만 판결 이후 우리는 즉각 2심에 항소했다. 또한 2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심의 판결의 집행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미국 2심 법원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가 마칠 때까지 예전처럼 아라미드 섬유의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미 2심 법원은 코오롱이 요청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를 2~4주 내에 마칠 예정이다.
이에 코오롱은 1심 판결이 나온 지 하루 만인 1일부터 아라미드 섬유의 생산을 재개했다.
또 2심 법원이 가처분 심리에서 코오롱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코오롱은 이번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의 2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판매할 수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전례가 드문 일'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회사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도록 하는 것은 법적인 면죄부가 부여된 또 하나의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냐"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영미법을 근간으로 하는 미국과의 법체계 차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번 판사의 명령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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