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재벌·대기업으로의 경제력집중 현상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는 영세자영업자 간의 양극화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작년 총선과 대선의 핵심이슈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였다.
특히 재벌·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편법적 증여의 수단으로 전락한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부당지원행위,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할 것임을 밝혔다.
시대정신으로 부각한 경제민주화 정책이 정치권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률 개정작업은 여전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이다. 또한 최근 공정위가 적발해 제재한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경고 내지 과징금 부과에 그치고 있으며,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음에도 고발권을 행사해 엄중 제재하고자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결과 회사가 담합이나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더라도, 부과되는 과징금보다 위법행위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더 많아 공정거래법을 준수할 유인이 높지 않다. 또 제재를 받더라도 이는 회사의 손해를 의미할 뿐, 불법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시한 경영진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즉, 공정위 제재의 한계가 이미 드러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고 실제 의사결정자들이 불법을 저지를 여지를 없앨만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주주대표소송은 손해의 보전과 불법 관여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일정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이사 및 경영진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해 회사에 가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하는 것으로, 회사의 가치를 보전하는 일종의 공익적 성격의 소송이다.
문제는 원고로 참여해 승소하더라도 소의 이익은 회사에 귀속되므로 원고주주의 모집이 쉽지 않고, 또 입증과정에서 정보의 제한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나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회사는 삼성전자 등 183개사에 이르며, 작년에 약 550여개의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고 불법 관여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그간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외의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2004년 SK그룹 손길승 회장의 SK해운 횡령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중대표소송 시도, 2005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횡령 및 2008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계열사 부당지원 등에 따른 주주대표소송 사례에서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국민연금에 원고참여 요청을 했을 때 내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거부했던바 있다. 삼성특검 당시 위법행위가 드러난 삼성그룹의 임원들에 부여된 스톡옵션 취소 요청에 대해서도 수용하지 않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자체의 지배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경우 2009년 11월 'Walker Review'와 2010년 7월 'Stewardship Code'를 제정해 기관투자자들의 engagement(적극적인 대화와 관여)를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기관투자자들과 투자대상회사 간의 engagement 활동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도 의결권 행사에 국한하지 말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안을 모색할 때이며, 주주대표소송 제기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투자대상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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