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구밀복검(口蜜腹劍), 일본의 이중성이 가진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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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본 방문차 9일(현지시간) 도쿄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본 방문차 9일(현지시간) 도쿄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본 방문차 9일(현지시간) 도쿄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베 신조에게 '노련하게' 말했다. 일본의 그릇된 역사관을 비난하지 않되, 과거사를 직시한 독일의 선택이 옳았음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일본은 별 반응이 없다. 아베 신조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요미우리나 산케이 신문 등 일본의 보수 언론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축소 보도하거나 은폐했다.

일본은 왜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일까? 자국의 역사를 위대하게 포장하려는 경향은 모든 민족과 국가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호란과 왜란 이후 '박씨전', '임진록' 과 같은 대체 역사 소설이 유행한 적이 있었고, 현대에도 '환단고기'와 같은 국수주의 사관을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우익세력은 실존했던 전범국가인 '일본 제국'으로 회귀하려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민족주의 사관과 다르다. 환단고기는 어디까지나 위서(僞書)일 뿐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식민지 강탈로 수없이 많은 인명을 살상한 일본 제국을 찬양한다는 것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미국의 여성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저서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이 국화와도 같은 예의 바름과 조용함 (메이와쿠, 和) 과 칼을 든 침략자적 기질 (사무라이정신, 侍)이 공존하는 '이중적' 특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일본인들의 다테마에(겉주장, 建前)와 혼네(속마음, 本音)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한국인과 달리, 일본인은 필요에 따라 속마음과 언행을 나누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문제를 부드럽게 해결하기 위해 (메이와쿠) 마음에 없는 말 (타테마에)를 하는 것이 '능력있음' 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고노담화를 승계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 역시 '다테마에' 였다. 그리고 아베의 속내 (혼네)를 몰랐던 우리는 마음놓고 있다가 연달아 뒤통수를 맞았다.

일본에 있어 이중성은 전략과 같다. 강창성이 집필한 "일본과 한국의 군벌"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 "맥아더는 일본 본토 상륙시에 약 30만 명의 미군 희생을 각오했는데 막상 상륙해 보니 연도에는 백성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미군들을 환영하고 일본 정부는 전쟁미망인과 자원자를 모아 미군 위안소를 차려주어 놀랐다.
 
사 령부에는 '자신은 천왕의 명령에 따랐을 뿐 죄가 없다'는 수많은 편지와 뇌물이 도착했다. 초등학생들의 "천왕은 죄가 없다"는 편지도 쇄도했다. 1억 총옥쇄를 주장하던 일본군 수뇌부들은 군사기밀을 술술 불고 자신의 구명과 사면을 부탁해서 어이없었다......" ?


이를 두고 맥아더는 "일본은 12세의 소년과 같다", "일본은 쇼군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미 군정에 복종하는 태도 덕분에 일본의 우익 기득권은 정권을 유지했고, 전범의 수장인 일왕도 현재까지 존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복종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었다.

독일은 사과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전후 독일은 프랑스와 영국 등 연합국의 용서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치를 청산했고, 전쟁의 피해자이자 강대국의 위치에 있던 연합국은 관용으로 이에 화답했다.

하지만 일본은 사과를 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은 일본의 전범들이 존속하는 것을 묵인했고 피해자인 한국, 중국은 일본에 사과를 요구할 만 한 국력이 없었다. 변화하지 않은 일본은 국력을 회복한 뒤 날선 속마음을 꺼냈다. 이제는 미국이 진짜 전범 국가라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본의 이중성이 가진 무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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