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AIIB 거부권의 포기… 현명한 중국이 관용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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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은 세계에 '오만하고 위험한 국가'로 세계에 비춰져 왔다. 서구 열강에 침입했던 시기부터 중국의 거대한 영토와 수많은 인구는 언젠가 중국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란 위기감을 갖게 했고, 실제로 2000년대부턴 매년 8~11%의 믿을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어내 명실상부한 강대국이 되었다.

1980년대 일본의 급속한 성장에 공포감을 느꼈던 미국은 이제 중국이란 더 강력한 적을 만나게 되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고분고분했던 일본과 달리 중국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을 형성했다. 여기에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중화사상', 중국인 특유의 속물성, 독재체제의 유지와 인권문제,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변국의 피해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중국을 경계하는 정서는 전 세계적으로 뿌리내렸다.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에 관한 시선이 중국팽창설과 연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다시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위치에 오르는 것에 경계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 자금의 투명성과 지배 구조를 핑계로 AIIB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AIIB 내에서의 거부권을 포기했다. 중국이 AIIB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휘두르려는 것이란 세간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는 결정이다. 미국이 17.69%의 지분을 가져 혼자서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는 구조인 IMF보다 관용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의 결정이 미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유럽 국가들을 AIIB에 유치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이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의 유력 국가들이 AIIB가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투명성, 신뢰성 우려를 의식한 것인지 전 세계은행 소속 변호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기도 하다.

시진핑의 중국은 갈수록 이전의 중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의 인프라를 닦아주는데서 시작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이제 중국은 세계로부터의 인정과 호응을 통해 국격을 높이려는 진짜 강대국으로 변화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협상 관계자들은 중국이 어떻게든 AIIB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AIIB의 지분 분배 방안 중 하나가 아시아 회원국 약 27개가 총 지분(투표권)의 75%를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 나눠 갖고 나머지 25%는 아시아 외 회원국이 갖는 식인데, 이 경우 중국이 가장 많은 투표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중국은 IMF, 세계은행처럼 회원국에서 파견한 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을 감독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있으며, 대신 중국 정부 관리들을 요직에 앉히고 싶어한다고 한 협상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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