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어느 곳을 봐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 타워는 보이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를 향해 대응책을 촉구하면서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내놓은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인식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격 또한 없습니다.
오늘 뉴스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뉴스 K 6월 10일 아나운서 클로징 멘트)
☐ 대통령의 책임.. 언제까지 비정상적 결말로 이어질 건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은 대개 끝이 좋지 않았다. 이승만은 민중의 저항에 몰려 하와이로 쫓겨났고, 박정희는 유신을 고집한 끝에 심복에게 암살당했다. 전두환, 노태우는 12∙12 군사 반란과 5∙17 내란 혐의, 불법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으며, 지금도 부정 축재한 재산을 압수당하는 등 조용할 날이 없다. 노무현은 친인척 비리 수사에 시달린 끝에 투신했고, 이명박도 임기중 강행한 4 대 강과 자원외교 사업에 비리가 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혹자는 "대통령이라면 불행한 삶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국민은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비참한 말로를 맞는 게 보기 편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국가에서 요구하는 책임이라기엔 추방, 축출, 암살, 자살 등은 지나치게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책임 지는 대통령' 역시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에게 대통령은 정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던가?
☐ 정부는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에 비해 '돈'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기업은 매출이 감소하면 바로 주주의 압박을 받고,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정부는 생존을 위해 실적을 내지 않아도 되고, 벌이가 없어도 망하지 않는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행정의 목표는 공익이지 돈을 많이 버는게 아니다.
공익은 애매하다. 행정학 개론에서 거론하는 공익의 특징은 공공성, 형평성, 평등성, 책임성, 효율성 등인데, 죄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에 비하면 상당히 복잡한 셈이다.
국가 예산을 조 단위로 낭비해도 국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며, 국책 사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공무원은 책임이 없다.'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정부의 한 걸음은 국민에겐 번영도, 재앙도 될 수 있을 정도로 파급이 크다.
실패사례 1 : 어차피 받은 세금, 투자해서 불려보자
농민의 억센 손은 모를 쩍쩍 갈라진 마른 논바닥에 억지로 꽃아 넣는다. 흙은 가는 뿌리가 빨이들일 한 줌 물기도 없고, 모는 곧 고개를 떨군다. 촉촉한 봄비가 내린지는 이미 오래됐고, 기상청이 예보한 소나기는 여우비에 가까워 영 성에 차지 않는다. 자연재해는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농민들은 투덜투덜 정부를 욕한다. 이 가뭄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기 때문이다.
말라붙은 논에서 불과 15Km 거리, 물을 가둬둔 보는 찰랑찰랑 넘칠 것 같다. 이 정도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일은 없어 보인다. 보 주변의 농경지는 이미 물을 뽑아서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그런데 왜 농업용수가 없다고 하는 걸까? 알고 보니 관개수로가 없어 물을 끌어다 쓰질 못한다고 한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시설을 이용해서 산발적으로 하천수를 이용할 뿐 체계적인 물 공급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4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에서 출간한 'MB의 비용'에서 관개수로 부족 문제를 실은 적이 있었다. 가뭄이 예견된 일이었던 셈이다. 이 책에선 4대강 사업으로 소용된 예산을 24조 5751억 원으로 추산했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더 무서운 건 앞으로 매년 2706억 원의 유지비용이 들 것이며, 하천정비 사업, 취수원 이전사업,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보상급, 습지 훼손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 등 지출되는 국가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란 점이다. 게다가 이번 가뭄에서 알 수 있듯이 4대강 사업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국토를 들어내는 공사는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를 부른다. 특히 농업은 환경이 큰 영향을 끼치는 산업이라 피해가 더 크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계획엔 분명 '하절기에 집중된 강우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과 수해 방지.'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국가가 푼 예산은 농민, 혹은 국민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고스란히 건설 시공사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사실상 뉴딜 정책을 위시한, 건설 집중 경기 부양책이었던 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답게 기업 운영하듯 국가를 움직였다. 그는 국가 예산은 투자 자금으로 생각했고, 큰 돈을 투자하면 값진 배당금을 돌려받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할 일은 국가 예산을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하도록 감독하는 것이지, 돈을 불리는데 있지 않다. 결국 돌아온 배당금은 미미했고, 황폐화된 국토에 고통받는 건 힘없는 국민뿐이었다.
실패사례 2 : 메르스 대응 예산 아껴야지. 병원 매출 지켜줘야지, 정보통제!
박근혜 대통령은 정 반대 케이스다. 이 전 대통령이 국익을 추구한다며 예산을 쏟아부었다면, 박 대통령은 메르스 진압에 드는 예산과 사기업의 이익을 걱정하다 진압 적기를 놓쳤다. 전염병을 얕보고 삼성병원에 국가가 할 일을 방임한 셈이다. 뒤늦게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메르스의 위험성과 예방대책을 알리고 있지만 이미 때는 늦어 질병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메르스 사망자는 19명까지 늘었고, 확진자는 154명, 격리자는 5,586명에 이른다. 병원 매출 걱정하다 국민 인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한 거다. 이제 와서 발에 땀나게 뛰어다녀도 정부를 힐난하는 시선은 피할 수 없다.
여야 의원은 메르스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추경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돈 아끼다 공익을 훼손하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것 같다. 뛰어다니고 성명을 발표하는 건 여전히 관료들 몫이다. 오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고, 최경환은 국무총리 대행,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등 세 가지 직책을 등에 업은 채로 메르스 사태 진압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반면 대통령은 모 초등학교를 방문해 초등학생 손 씻기 교육을 참관했다. 대통령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 걸까?
☐ 대통령, 공익 실현이 대통령의 의무이자 책임 임을 명심하길
결국 두 대통령은 공익 실현이란 대통령의 책임에 만족할만한 평가를 받지 못 했다. 돈을 지나치게 생각해 어떤 게 진짜 공익인지 헷갈리게 된 탓이다. 공익과 경제는 비교 대상이 아니며, 특히 돈으로 살 수 없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잊고 사익에 휘둘리게 된다며, 그리고 부정까지 저지르게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역시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불행한 최후로 뒤늦은 책임을 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 또한 찝찝하고 시큰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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