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유병재에 러브콜 보낸 YG, 한류 콘텐츠 변화를 꿈꾸나?

-
SNL 크루로 활약했던 방송작가 유병재
SNL 크루로 활약했던 방송작가 유병재
SNL 크루로 활약했던 방송작가 유병재

한류는 한국 사람에게 있어 애증의 존재다.

한류 덕에 한국 좋은 이미지로 세계에 정착했다는 점은 자랑스럽지만, 그 문화가 거대 자본과 상업주의, 영미 문화에 대한 모방을 기반 삼아 허겁지겁 쌓아올린 것이란 점은 마음 한편에 찝찝함을 남긴다. 예쁜 얼굴과 근육, 아름다운 가슴, 건강한 허벅지와 가는 종아리는 보기 좋지만, 그것이 돈 외에 어떤 가치가 있는진 의문이 간다. 그래서 이 모든게 거품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다.

한류를 주도한 주역은 연예 기획사와 아이돌 가수, 그리고 배우다. 그들의 멋진 외모는 해외 공연, 뮤직비디오,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세계 각지로 전송됐고, 해외 팬을 사로잡았다. "한국 남자들은 모두 여자처럼 예쁘다", "노래와 춤에 능하다.",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란 편견이 외국인 사이에 생길 정도다.

그래서 힙합 스타일 아이돌과 미남 미녀 배우 육성에 주력하던 YG가 유병재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상당히 의외였다.  그냥 웃기는 역할 하나 넣으려고 이들을 데려갔다고 보기엔 대우가 남다르다. 계약하자마자 편히 쉴 집과 전용 차를 제공했는데 말이 더 필요한가? 아마 이들이 지향하는 콘텐츠 성격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YG의 러브콜을 받은 유병재
YG의 러브콜을 받은 유병재

 

여기서 유병재의 인기 비결이 뭔지 생각해보자. 유병재는 외모 덕을 많이 본 편이다. 162cm의 작은 키에 작은 몸집, 그에 어울리지 않은 남자답고 선 굵은 얼굴과 그렁그렁한 눈망울, 그리고 터프한 수염. 어디서든 눈에 띄는 얼굴인 것은 분명하다. '극한 직업'에서 보여준 맞는 연기, 억울한 연기도 외모가 받쳐 준 덕에 평범한 액션이 아닌, 빵빵 터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개그는 '얼굴 승부'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그는 방송 데뷔 전 SNS에서 먼저 화제가 된 인물인 만큼 페이스북에서의 인기도 상당하다. 여기선 얼굴보다 아닌 '글'로 공감을 얻는다. 긴 글은 아니다. 하지만 부조리를 꼬집은 간결한 문장은 퍽퍽한 삶에 메마른 팬의 마음에 단비를 내려준다. '유병재 어록'이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수지가 아까울까 이민호가 아까울까 시간이 아까웠다."
"일베에서 나 까는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어느 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맡기라고."

유병재는 자신의 어록에 대해 "어떤 상황이 있으면 그걸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 구구절절 다 말하는 것보다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세대를 대변한다.'라는 평가를 받는 건 부담스럽지만, 자신의 개그에 뼈가 있음은 인정한단다. YG엔터테이먼트가 그에게 기대하는 건 노골적인 비판과 희화가 아닌, 삶이 불쾌한 이유가 무엇인지 뼈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으로 승화할 줄 아는 재치는 물론이다.

 

유병재의 페이스북
유병재의 페이스북

 

한류는 초기에 홍콩 대중문화에 비교당했다.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문화 콘텐츠를 생산한 케이스가 많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홍콩 영화가 몰락한 것처럼, 한류도 곧 거품이 꺼질 거란 예측도 많다. 홍콩 문화의 몰락은 자기복제와 표절 끝에 '그 밥에 그 나물'만 차려서 내놓았던 데 있었다. 첫 술엔 맛있었던 것도 매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니까. 한류가 앞으로도 얄팍한 이미지와 발전 없는 콘텐츠를 밀어붙인다면 같은 결말을 맞는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YG의 유병재 발탁에 기대가 간다. 한류시장은 새로운 재료 없이 물만 연거푸 들이부으면 끓인 탓에 밋밋해진 찌개 같다. YG는 유병재의 뼈 있는 말이 독특한 조미료가 되어 그들이 차린 식탁을 맛깔나게 할 거라 기대하고 있을 거다. 부디 새롭운 풍미와 깊게 우러나는 맛이 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