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경기침체에 성매매도 사양산업으로 돌아섰다. 공급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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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다룬 영화 '에덴의 선택'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다룬 영화 '에덴의 선택'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다룬 영화 '에덴의 선택'의 한 장면

불법 행위에 '산업'이란 명칭을 붙이는 건 부적절하지만, 성매매 역시 사양산업에 들어서고 있다.

한때 포주로 일한적 있다는 A씨는 "경기가 나빠진 후 매춘업에 나서는 여성은 늘었는데 손님은 줄었다. 이전만큼 수익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늘었다는 거다.

성매매 시장 역시 블랙마켓이기에 정확한 통계를 잡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몇 가지 단서로 시장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성매매 검거율이다. 2011년 7,241건이던 성매매 검거율은 2014년 8,977건까지 늘었고 이 중 대부분은 흔히 '오피'로 불리는 오피스텔 성매매였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오피스텔 성매매는 검거율이 높다. 홍보는 온라인이나 전단을 통해 비대면적으로 하지만 최종 거래 단계에 포주가 고객과 직접 접촉을 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손님으로 위장해 성매매 업주를 검거할 수 있다.

IP와 전화번호 등 기록이 남는 까닭에 오히려 전통적 성매매 형태인 사창가나 안마시술소보다 위험도가 높은 면도 있다. 이미 경찰은 발견하는 족족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차단하고 사업자를 추적하며, 전단에 적힌 전화번호를 이용 정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온라인을 달궜던 1억 오피녀의 인증
온라인을 달궜던 1억 오피녀의 인증

▵ 성매매 종사자, 청년층 중심으로 인구 유입 계속돼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한 검거율을 살펴보면 성매매에 뛰어드는 여성의 연령대가 매우 낮아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서울지방경창설 수사팀이 단속한 성매매 여성 366명 중 93.7%는 20~30대였으며,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 여성도 상당수였다. 전국 단위 수사 결과를 보면 미성년자 성매매까지 급증하고 있는데,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검거된 청소년 성매매사범 수도 1만 8,000여 명에 달했다. 젋은 노동력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거다.

젊은 여성들이 성매매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지난 4월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1억 인증 오피녀'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이 여성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9,8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적힌 명세서 사진을 올리며 "1억 원을 목표로 오피를 뛰었는데 이제 200만 원만 모으면 된다."라고 '인증'했는데, 이를 본 네티즌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어 얼마 안 가 검거됐다.

그녀는 고교 졸업 후 골프장 캐디로 일했으나 수입이 시원치 않아 성형 수술하는데 들인 대출금을 갚지 못해 생활고에 빠졌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주 4일 근무, 최소 월 600만 원 보장." 광고를 보고 안양의 오피스텔을 찾아가게 됐다. 지난 2년 7개월 간 약 1,900차례 매춘을 해 2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평범한 20대 초반 젊은이는 손에 넣기 힘든 돈이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한국의 현 상황에서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거다. 그녀는 이 돈으로 외제차를 구매하고 어머니 호프집도 마련해줬다. 남은 금액은 1억을 채워 집을 살 계획이었다. 그리고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처럼 그녀의 누군가의 꿈이 되었다.

성매매 여성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이러한 성공신화가 수없이 나열돼 있다. "수고하셨어요.", "꼭 목표 이루고 행복하길 바래요." 등등 응원의 말도 가득하다.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은 새로운 성매매 인력을 공급하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위 여성처럼 큰 돈을 버는 성매매 종사자는 극소수다. 성매매 시장은 한정돼 있고 인력은 이미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해외 원정 성매매가 늘어나는 건 국내 성매매 시장이 공급 초과 상태라는 걸 짐작케 한다. 이 역시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지만 현지 성매매 업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인 성매매 여성은 일본엔 약 만 명, 호주엔 5,000명 정도가 종사하고 있다.

 

▵ 팍팍한 현실, 매춘을 사양산업으로 내몰다.

한편 성을 구매하는 남성 수는 줄었다. 경기 침체로 실질 소득이 줄어든 반면 성매매 화대는 오른 탓이다. 단속된 성매매 여성의 증언에 의하면 성매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15만 원에서 20만 원 선으로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전 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훌쩍 넘어서는 인상폭이다.

성매매는 가격탄력성이 매우 높다.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며 물질적인 것도, 지속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소득이 줄었는데도 값비싼 성매매에 탐닉하는 사람을 경제관념이 정상적이라 부르긴 힘들 거다. 갈수록 성매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며, 유흥에 집중됐던 남성 문화가 문화, 예술, 스포츠, 패션 등 다양한 분야로 대체되고 있는 것도 성매매 수요곡선을 완만하게 하는 요인으로 추정된다.  

흔히 창녀를 군인, 농부, 사냥꾼 등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분류한다. 매춘은 항상 윤리적으로, 혹은 종교적으로 배척의 대상이 됐으나, 인류의 역사 속에 항상 존속해왔다. 따라서  현대 한국에서 매춘이 사양산업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 원인이 인도적 노력이 아닌, 팍팍한 현실과 시장 논리에 의한 것임은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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