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중국이 한국 축구 따라잡는데 15년... 반도체 따라잡는데는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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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비뉴의 입단을 알리는 광저우 헝다 구단의 홈페이지 캡쳐 화면
호비뉴의 입단을 알리는 광저우 헝다 구단의 홈페이지 캡쳐 화면
호비뉴의 입단을 알리는 광저우 헝다 구단의 홈페이지 캡쳐 화면

축구 종주국이 어딘지 아시나요?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잉글랜드'라고 대답할 거다.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영국군이 포로의 목을 잘라 발로 차고 놀던 행위가 축구로 발전했다는 설이 퍼졌으며, FA를 결성해 제각각이던 규칙을 통일하고 근대 최초 축구 리그를 개최한 국가도 영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인은 축구 종주국이 영국이란 이야기에 발끈한다. 중국은 기원전 1040년경인 송나라 때부터 축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FIFA도 입증한 사항으로, 당시 송나라 사람들이 즐긴 공차기 놀이가 현대 축구와 거의 비슷했으며 그물이 있는 골대도 사용했다고 한다. 축구의 중국기원설은 축구가 중국에서 전국민적 인기를 얻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에 '붉은 악마'가 있듯 중국엔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트즈 '치우미(축구에 빠진 사람)'가 있다. 중국 내 치우미는 대략 3억 명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올해 중국 슈퍼리그 (1부리그) 경기 관중 수는 약 288만 5천 명으로 작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젊은 층과 가족 단위 팬이 늘면서 분위기가 유럽 리그처럼 친밀해졌고, 축구는 팬의 사랑을 듬뿍 받는 프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축구 열기가 달궈지자 구단 기업들이 돈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중국 프로축구팀 '헝다'는 영국 프로미어 리그 토트넘 핫스퍼 선수이자 브라질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파울리뉴'를 영입했다. 이적료는 174억 원, 연봉은 80억 원이었다. 헝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브라질 국가대표 호비뉴마저 영입했다. 과거 드록바, 아넬카 등 세계적 스타도 중국 리그에서 뛴 적 있지만, 이들은 전성기가 지난 뒤였다. 반면 호비뉴와 파울리뉴는 각각 31세, 27세로 한창 주가를 올릴 시기의 선수들이다.

이처럼 중국 구단이 유명 선수와 감독에 쏟아 붇는 돈은 한국 축구팬의 상상을 초월한다. 작년 시즌에 슈퍼리그를 뛰었던 선수 연봉 총액은 무려 17.8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24% 상승했고, 팀 연봉 총액 1,2위인 헝다와 산둥 루넝타이산 영봉 총액은 570억 원에 달했다. 중국 유명 구단이 한 해 지출하는 운영비용은 약 1,000억 원 이상이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 부패 척결 드라이브... 축구계도 강타

'공한증(恐韩症)'이란 단어는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검색엔진 '바이두'에도 버젓이 실려있다. 중국이 한국 축구에 갖는 징크스를 뜻하는 용어다. 중국 축구는 그동안 유독 한국전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 축구 성적 역시 한국에 밀리는데, 현재 중국 FIFA 랭킹은 77위로 자메이카, 르완다와 순위를 다투고 있으며, 월드컵엔 2002년 한일월드컵 아시아 국가 쿼터 덕에 딱 한 번 출전해봤을 정도다. 월드컵에 꼬박꼬박 출전하는 한국에 부러운 마음을 품을 법도 하다.  
 
축구팬으로 우명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13년 6월 중국 국가대표팀이 태국에 1-5로 무참히 패배하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원인을 파악하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신설된 테스크포스팀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이름이 참 어렵다.)'가 소집돼 중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를 짚어냈다. 문제점은 의외에 곳에 있었다. 중국 축구의 속내는 스포츠가 아닌정치였던 것이다.

중국 축구계는 승부조작, 도박축구, 뇌물축구 등 비리에 농축돼 썩어 문드러진지 오래였다. 유명 축구 해설가 황젠샹(黄健翔)은 "오랫동안 중국 축구계는 관료적 색채가 농후했다. 축구협회가 경영권, 관리권, 제안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과도한 권력집중은 필연적으로 큰 부패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선발 등 감독 선임권을 행사하며 부주석이 무명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조건으로 1,8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이 도는 등 갖은 의혹에 시달렸으며, 심판 배정 권한을 행사해 승부조작을 전문으로 하는 비리 심판을 배정해 선수층 기량을 떨어뜨리고 경기의욕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악습을 저지르기도 했다. 대륙 바로 옆에 있는 소국(小國) 대한민국도 이기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던 셈이다. '능력 있는 선수의 부재'가 부패로 인한 가장 치명적인 폐해였다.

전방위적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진핑 정권이 이 상황을 그대로 둘 리 없었다. 중국 정부는 부패의 온상이던 축구 협회를 시민단체로 바꾸는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으며, 이어 실력있는 선수를 충원하기 위해 유소년 선수육성 힘을 쏟기 시작했다. 산둥성은 올해부터 대학생 농구∙배구 대회를 폐지하고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으며, 중국 국무원은 2025년까지 축구를 중심으로 체육산업 규모를 860조 원 이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중국답게 투박하고 무식해 보이는 정책이지만 정부가 의지를 보이니 기업도 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부동산 재벌 완다 그룹은 올해 1월 스페인 축구클럽 'AT 마드리드' 지분 20%를 인수하며 중국에 아틀레티코 축구학교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완다 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600만 유로를 투자해 스페인 라리가 3개 청소년 클럽에 매년 30여 명의 유소년 선수를 유학 보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1위기업 아리바바는 약 2,000억 원을 광저우 프로축구팀 헝다타오바오에 투자했다. 당시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적자를 내는 축구구단에 무엇 때문에 투자하는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5년 전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돈을 벌 수 없다고 했었다."라며 중국 축구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축구 전문가 사이에선 중국 축구가 곧 한국을 넘어설 거란 의견이 많다. 국내 리그에 세계 정상급 선수가 뛰기 시작하며 중국 국적 선수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고, 해외 축구에 눈을 뜬 관중의 요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관중이 축구를 대하고 TV 해설자들이 경기를 분석하는 수준은 이미 축구 선진국 못지 않게 진지하다. 풍부한 자금을 배경으로 육성되는 젊은 선수층은 중국 축구의 황금기가 곧 도래할거란 가능성을 품게 한다.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중국 축구가 한국 따라잡는데 15년... 반도체 따라잡는덴 불과 5년

한편 한국 첨단 산업도 중국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스마트폰은 중국 중저가 업체 기술력 향상으로 이전만큼 기를 못 펴고 있으며, PC, 노트북 등 IT기기, 일반 전자제품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 그나마 절대 우위에 서있는 제품이 반도체다. 현재 한국산 반도체는 중국 시장 점유율 45.2%를 달성하며 대중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세계 반도체 수요의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반도체 기술력은 아직 미미하다. 최근 블룸버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팔리는 반도체 중 토종 브랜드가 개발한 칩은 10개 중 1개 꼴에 불과하다. 제조업 대부분에서 선진 제조강국을 따라잡은 중국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두 가지 해법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칩셋 국산화에 향후 10년간 약 180조 원을 투자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거대한 자국 시장에 들어온 첨단 기업의 기술 이전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축구계에서 유소년 육성에 거금을 지원하고, 외국 유명 선수를 기용하는 전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중국이 반도체 업계에 기용한 '영입 선수 명단'이 범상치 않았다. 지난해 5월엔 유명 칩셋 제조업체 스태프칩팩(STATS ChipPAC)에 인수 제의를 했고, 모 중국 기업이 미국 AMD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마침내 결정된 파트너는 미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이었다. 인텔이 디지털 회로 제조 기업 알테라(Altera)를 인수하는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인텔이 알테라를 인수한 것은 인텔의 사업 중 수익 증가가 가장 빠른 데이터센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반면 모바일 칩 매출은 작년 약 2억 달러로, 2013년 대비 85%나 줄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부문은 인텔에게 연 144억 달러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18%에 달한다. PC 프로세서에 이어 인텔의 또 다른 '화수분'이 된 것이다. 알테라 인수를 통해 인텔은 칩 기술을 독점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모바일, 사물인터넷 분야까지 강화할 수 있게 됐으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중국 기업은 인텔과 같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부족한 기술과 특허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반도체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긴 쉽지 않을 것이며, 중국 특유의 무식한 방법이 또 한 번 먹혀들어갈지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많다. 그러나 축구 사례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는 시장과 자금을 쥐고 있으며, 여차하면 후방에서 기업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등 '작은'정부를 추구하는 현대 선진국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과감한 전략을 펼친다. 벌써 이 방식으로 한국이 따라잡힌 사업이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중국 축구가 한국을 따라잡는데 걸리는 걸리는 시간을 약 15년 내외로 추산한다. 이는 현재 육성하는 유소년 선수층이 세대 교체를 완료하고 성인 리그에서 활약게 될 시기를 기준으로 한 거다. 중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반도체 기술을 습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소년이 성숙한 선수로 성장하는 시간보다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이면 한국은 더 이상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공한증에 자만해 넋놓고 있다간 한국 경제가 돌아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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