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백화점, 이제 남성차별은 그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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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클럽 모나코' 매장의 남성 전용 바버샵
롯데백화점 '클럽 모나코' 매장의 남성 전용 바버샵
롯데백화점 '클럽 모나코' 매장의 남성 전용 바버샵

남자들이 쇼핑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철저히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 곳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에 들어간다고 생각을 해보자. 1층에 들어서자마자 화장품과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 기초화장품이나 하나 살까 했지만 디스플레이엔 여성용 화장품만 가득해 남성용을 보고 싶으면 점원에게 꺼내 달라고 해야 돼 불편하다. 점원은 나름대로 피부 타입이나 질환이 있는지 물어보고 제품을 가져오지만, 남성 피부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어 미백이니 주름개선이니 하는 설명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2충, 3층은 여성 전용 층이다. 내가 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3층 이상 올라가야 캐주얼 매장이 나오지만 대개 매장의 4분의 3은 여성용 제품이다. 남성용은 고작 몇 벌이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아니라 종류도 그리 다양하지 않다. 여성복에 들인 정성에 비하면 비싼 가격을 주고 사기 아까운 경우가 많다.

남성복 층이 있지 않냐고? 남자가 1년에 정장 세트와 코트를 몇 개나 살 것 같냐고 묻고 싶다. 게다가 남자인 내가 봐도 큰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수많은 남성복 사이를 돌아보며 쇼핑하는 건 정말 재미가 없다. 수많은 디자인을 비교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는 여성복과 달리, 남성복은 선택의 여지가 너무나 적어 흥미를 느끼기 힘들다.

편의 시설도 마찬가지다. 남성을 위한 편의공간은 그야말로 전무하다. 휴게실에 꼽혀 있는 잡지는 대부분 여성지이며,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는 소파도 마땅치 않다. 남자들의 흥미를 끌 법한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식당가엔 여성들을 위한 디저트 카페만 가득하고 미용실 역시 여성을 주 고객으로 대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남성은 철저하게 소수자로 전락하고 만다.

백화점과 쇼핑몰이 남성을 배재하게 된 건, 여성이 강력한 소비 주체였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 과거 여성의 전유물이던 뷰티, 패션, 육아 영역에 관심같는 남성이 늘어났지만 시장은 고객의 니즈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남성을 고객 명단에서 잠정적으로 제외해버린 것이다.

시선을 남성에게 돌리자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몇몇 백화점에서 '남성 전용'이란 테마를 걸고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에 '클럽 모나코 맨즈샵'이란 이발소를 개장했다. 백화점 측은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남성 고객들이 즐기며 백화점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장은 남성들이 좋아할 만 한 심플하면서도 앤틱 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바닥과 벽 인테리어는 다양한 형태의 타일로 마감해 이곳이 '미용살'이 아닌 '이발소'임을 알 수 있는 정취가 있었다. 흑백으로 촬영하면 옛날 이발소로 착각할 듯 싶었지만 촌스럽진 않았다. 벽면엔 헤어 왁스와 포마드 등 남성용 헤어 관리 제품이 가득했고,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쉐이빙 서비스도 제공했다. 예약제로만 운영돼 기다리는 시간이 없다는 점도 남성의 취향에 잘 맞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클럽모나코 맨즈샵 자체 매출 증가율(작년 동기 대비)도 바버샵이 들어오기 전(1~6월) 2.7%에서 바버샵이 개점한 후(7~8월) 7.5%로 4.8% 포인트(P)나 뚜렷하게 높아졌다. 바버샵을 찾는 손님도 평일 평균 3~4명, 주말 하루 7명 정도로 예약이 필요한 거의 '만석' 상태이다. 비버샵의 누적 고객 수도 두 달여만에 300명을 넘어섰다.'

지난 7월 27일 역시 본점 5층에 문을 연 '맨즈아지트(Men's AGIT)' 편집 매장도 남성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 매장은 카메라·드론 등 남성들의 취미 상품을 모아놓은 곳으로, 특히 가장 반응이 뜨거운 상품은 하이엔드(고성능) 카메라의 대표 브랜드 '라이카'와 '핫셀블라드'이다.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299만 원(입점 기념 28% 할인)짜리 '라이카T 모델 섬마이크론T 23mm 렌즈'는 13일 현재까지 무려 20세트가 넘게 팔렸다. 또 개점 이후 한 달여 만에 프리미엄급 드론과 피규어 등 한정 제품 30개도 모두 매진됐다. 이처럼 백화점이 '남성 전문 매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반적 불황 속에서도 남성 고객의 비중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으로 유통업계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 역시 판로를 넓히려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특히 30~40대 독신 남성은 경제력과 소비욕구를 동시에 갖춘 '우수 고객'이다. 이들이 주로 구매하는 시계와 IT기기, 고급 정장 등이 객단가가 커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2012년 도쿄에 대표 쇼핑가에 남성 전용 백화점이 들어서기도 했다. 이 백화점은 피부관리실과 미용실, 네일아트 등 남성 전용 뷰티 매장을 갖춰 남성들이 더 이상 불편해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을 꾸밀 수 있는 장소가 됐다. 남성이 비로소 쇼핑의 주체가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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