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올 추석 슈퍼문에 얽힌 신비로운 설화.. 달토끼부터 뱀파이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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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 찧는 토끼가 연상되는 크레이터
절구 찧는 토끼가 연상되는 크레이터
절구 찧는 토끼가 연상되는 크레이터

달과 관련된 세계 각지의 신화

오랫 옛날부터 달이 신비의 대상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밤이 되면 해와 자리를 바꿔 하늘을 비추지만 태양과 다른 부드럽고 은은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손톱 모양에서 완전한 구(毬) 형태로 변화하는, 개성이 확실한 천체였기 때문이다. 낮과 밤, 태양과 달이란 대비가 가능한 구도 덕에 숱한 설화와 전설을 낳기도 했다.

한국에도 친숙한 달토끼 신화.. 알고 보니 석가모니 전승

달에 대한 동아시아 지역 전승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달토끼'다.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에까지 달토끼 전승이 남아있는데, 특히 한국과 중국에선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 그림과 문헌이 다수 남아있다. 이는 지구에서 보이는 크레이터 모양이 우연히 토끼를 닮아 대중적 연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전설이다.

한국에선 이 토끼가 떡을 찧고 있다고 전승하지만, 사실 달토끼가 만들고 있는 것은 불사의 약이다. 불교 경전인 <본생경>에 달토끼의 원전으로 여겨지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숭이, 여우, 토끼가 산 속에 쓰러진 추례한 노인을 발견했다. 세 마리 동물은 노인을 구하려고 먹을 것을 찾았는데, 원숭이는 나무 열매를 따오고 여우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왔오는 등 열성을 다했다. 그러나 토끼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해 스스로 불을 지피고 몸을 던져 자기 자신을 공양하려 했다. 사실 쓰러진 노인은 제석천이었고, 토끼의 자기희생에 감동해 후세까지 귀감으로 전하고자 토끼를 달에 올려 보냈다. 토끼 모습 주변에 연기 모양 그림자가 있는 건 토끼가 자기 자신을 불에 태울 때 나온 연기라고 한다.

참고로 <본생경>은 부처가 세상에 태어나 성불하여 부처가 되기 전까지 수행한 일과 공덕을 적은 경전으로, 이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 역시 석가모니의 전생 중 하나다.


'하이트-진로' 에서 사용하는 두꺼비 로고
'하이트-진로' 에서 사용하는 두꺼비 로고

달두꺼비, 남편을 배신해 벌밭은 아름다운 선녀

주류 업체 진로의 상표로 쓰이는 '달두꺼비'역시 달과 관련된 대표적 설화 중 하나다. 사실 이 두꺼비는 아름다운 달의 선녀 '항아'로, 중국 전설의 '삼황오제'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고신씨의 딸이었다. 불로장수의 비법을 서술한 도교 서적<포박자>에 의하면 본래 선녀였던 항아는 열 개나 되었던 태양이 너무나 뜨거워 남편과 함께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죽였고, 죽은 태양이 사실 천제(天帝)의 아들이었던 탓에 벌을 받아 남편과 함께 지상으로 쫓겨나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천계를 그리워하는 항아를 보며 그녀의 남편 '예'는 아내를 위해 여신 '서왕모'를 찾아가 불사의 약을 받아왔다. 이 약은 둘이 나눠 마시면 불로 장생하며, 혼자 모두 마시면 신선이 되어 승천할 수 있는 약이었다. 예는 아내와 불로 장생하고 싶어 했지만, 욕심이 생긴 항아는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약을 혼자 모두 마셔 홀로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차마 혼자 천계로 돌아갈 수 없어 달에 있는 월궁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두꺼비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달두꺼비 전설은 항아 전설과 관련 없이 초자연적 '영수(靈獸)'로 전승되었다. 흔히 불사약을 짓느라 바쁜 토끼와 달리 특별히 맡은 일이 없어 지루해하는 동물로 묘사된다. 다만 인간세상과 달 사이를 단 한 번의 뜀박질로 오갈 수 있어,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인간 세계에 내려와 다른 두꺼비, 개구리 등과 어울려 놀다가 새벽이 되면 다시 달나라로 올라간다고 전해진다.

서양 신화에선 생명의 선회를 상징하는 천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달'과 관련된 신이 세 명 등장한다. 셀레네(루나)와 아르테미스(다이애나), 엔디미온인데, 셀레네와 아르테미스는 본래 같은 신이었으나, 신화가 시간이 흐르며 타 지역으로 전승되고 개작되면서 다른 신으로 받아들여졌다.

엔디미온은 셀레네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며 셀레네의 요청으로 영원한 젊음이란 축복을 받았다. 하지만 그 조건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잠'이었으며, 셀레네는 잠들어 있는 그와의 사이에서 50명의 딸을 낳았다고 한다. 아프로디테 역시 처녀신임에도 불구하고 출산의 신으로 여겨진 것을 보았을 때,  옛 서양인의 시각에서 달은 생명의 선회(旋回). 즉 성장과 소멸, 반복을 상징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전문가의 손길이 녹아있는 슈퍼문 사진
전문가의 손길이 녹아있는 슈퍼문 사진

'슈퍼문'에 대한 인식도 동서양간 차이가 크다.

슈퍼문은 1개월에 한 번 꼴로 달이 지구에 근접하는 현상이다. 이 시기가 보름달이 뜰 때와 겹치면 평소보다 큰 달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망원렌즈와 전문가의 온갖 기법으로 찍은 사진과 달리, 눈으로 보면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달이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땐 주변 사물과 대비돼 크기가 더 커 보일 수 있다.

보름달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인식은 정 반대였는데, 동북아시아에선 보름달을 매우 길한 징조로 여겨 정월 대보름, 추석 등 중요 명절로 삼았으며,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비유하는 말로 쓰기도 했다. 반면 서양에선 보름달이 생물의 광기를 조절한다는 미신이 있어 미치광이를 뜻하는 '루나틱(Lunatic)'이란 단어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가 보름달과 관련 있다는 속설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수퍼문 역시 불길한 사건의 전조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1974년, 1992년, 2005년에 기록적인 슈퍼문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때문에 1974년에 강한 싸이클론이, 2005년엔 남아시아 대지진이 터졌다는 것이다. 2011년 슈퍼문 발생 이후엔 일본에서 도후쿠 대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보통 쓰나미, 지진, 화산 등 천재지변과 묶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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