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의 주인공은 사도세자 이선이다. 그와 부자지간에 있는 영조와 정조는 안타깝게도 그의 정적이다. 이선은 그 둘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영조는 "내가 경종을 죽였을 거라 생각하냐?"라는 주장에 "왕이라면 그런 결단도 내릴 줄 알아야 합니다."라는 대답을 하는 후계자를 원했다. 적어도 "세상을 떠도는 말에 심려를 갖지 마소서.."라는 아들의 이해심을 바란 건 아니었을 거다. 그러나 종묘를 거닐며 몇 번이나 힌트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선은 아비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에 정조는 지나치게 똑똑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선이 이미 왕좌로 향하는 길에서 낙오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도 이런 제가 싫사옵니다."라고 아비에게 말하긴 했지만, 그를 지지하거나 변호하진 않는다. 그저 자식 된 도리로서 아비를 잃는 슬픔을 영조에게 보이는데 그칠 뿐이다.
그러나 사도는 아버지와 아들을 사랑하려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왕실'이란 가정환경은 냉랭하고 가혹하게 느껴졌다. 선양마저 정치 수단으로 사용하는 영조에 비하면 이선의 역량은 보잘것없는 것이었고. 그렇다고 아비나 자식에게 칼을 겨눌 수도 없었다. 결국 이선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것 뿐이었다.
조선 왕실이 비정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영조가 신하들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혹 대해 명쾌하게 답하지 않는 것도 , 자질 없는 아들을 손수 죽인 것도, 어린 정조를 권력을 중심으로 끌어올린 것도, 이선에게 탕평의 균형을 누차 강조한 것도, 크게는 그들로부터 조선 왕조를 지키기 위해서였고, 작게는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왕으로서의 자각도, 정치적 감각도, 학문도 없는 아들은 신하에게 잡아먹히기 딱 좋은 먹이감이라 처내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신하의 권력'은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왕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롯데 가문 경영권을 둔 형제간의 다툼도 마찬가지다. 14일, 도쿄에서 열린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광윤사 대표로 임명됐다. 그리고 동생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기존 광윤사의 개인별 지분율은 ▲신동주 전 부회장 50% ▲신동빈 회장 38.8% ▲신격호 총괄회장 0.8%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 여사(신격호 총괄회장 부인) 10%인데 이날 신격호 총괄 회장이 본인의 주식 한 주를 신 전 부회장에게 매각함으로써 신 전 부회장의 50% 1 구조가 됐다.
이론적으로만 봤을 때,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50%를 갖고 있으면, 신동빈 회장이 여타 세력이 연합해 50 대 50 구조로 대응할 수 있지만, 50% 1 구조가 되면 신 전 부회장이 원하는 대로 광윤사 전체를 움직이는 것을 막기 힘들어진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한 방 먹인 셈이다.
이에 롯데 그룸은 "광윤사 외에 나무지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라며 롯데 그룹 경영권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지분을 합하면 55.9%로 절반을 넘어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종업원지주회는 지주 이사장인 대표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으나, 내부 구성이나 결의 방식이 베일에 가려져있어 향후 그룹 경영권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예상하기 힘들다. 일단 지난 8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선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지만, 상황이 바뀐 만큼 정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선택은 롯데 그룹의 경영권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신하의 권력'이다. 신 전 대표와 신동빈 회장은 제왕의 아들로 태어난 '왕자'지만, 기업 터전을 일궈 재계 5위 대기업으로 키운 아버지와 달리 아직 별다른 실적도 없어 경영인으로서 발언력이 크지 않다. 겉으로 보기엔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왕자이지만, 기업 내에서 볼 땐 정당의 얼굴마담에 불과한 것이다.
정치 싸움에 휘말린 집단이 대개 그렇듯, 롯데의 상황도 영 좋지 않다. 롯데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소송을 낸 때문에 롯데 개혁 작업의 시작인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도쿄와 서울에서 동시에 소송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로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호텔롯데 상장을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애초 2월에 상장하려 했으나, 이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신동빈 회장은 이미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를 연내에 80%가량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호텔롯데 상장이 지원되면 연동이 불가피하다. 순환출자 비용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마련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제2 롯데월드점 재입찰 심사가 다음 달로 다가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이참에 롯데 지주회사를 한국에 새로 짓고 일본 롯데와 아예 분할해 버리자."라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각 세력의 이권이 걸린 롯데 그룹의 분쟁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며, 신씨 형제가 화해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 하지 못하면 오너 집안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그들의 아버지가 세운 롯데란 왕국이 날이 갈수록 쇠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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