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한국 정부가 한일정상회담에서 세워야할 '명분'과 취해야 할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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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국과 일본이 3년 5개월 만에 만난다. 그동안 처리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내달 2일 서울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며, 1일엔 청와대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31일)→한일중 정상회의(11월1일)→한일 정상회담(11월2일)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해 동북아 3국이 협력 체제를 복원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역사문제에서부터 무역과 안보 영역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소원했던 지난 3년을 쉽게 청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의 명분을 세워주고 실리를 채우는 외교의 기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근본적인 원인이 일본의 퇴영적 과거사 인식에 있다는 입장은 고수해야 한다. 아베 정부가 지난 4월 이후 "침략에 대한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일본의 침략이 없었던 일인 것처럼 발뺌하고, 무라야마∙고노 담화에 대한 수정을 시사했으며, 고위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퇴행적 행보를 본격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일본에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사과를 분명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지난 20년 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으로 경제 성장이 멈춰 있으며, 사회 전반이 침체되어 있다. 2010년 이후 중국에 세계 경제 2위 자리를 내주고 구사적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이후 한국까지 일본이 주도하던 산업 일부를 추월하자 주변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일본이 '강한 일본'을 지향하며 우경화하는 현상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방어기제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협적인 행동과 언사를 하는 건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쾌감만 가중할 뿐이다. 오히려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있어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동맹국임을 인정하고 파트너십을  통해 양국 국력을 신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절대로 한국이 일본을 경시한다는 인상을 주거나, 일본의 제반 정책을 우경화란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실리적 부분에서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것은 국가 안보다. 아베 정부가 지난 2014년 자위대 창설 60주년 행사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한 탓에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한국이 안보에 큰 위협을 받고 있음을 주장하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한일 간 정치적 정체가 경제와 사회 등 비정치적 분야까지 긴장을 유발하지 않도록 민족 간 오해를 풀어야 한다. 한일 간 과거사에 비극적 역사가 있었던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SNS와 웹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왜곡된 비하 자료로 민간 부문까지 경색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혐한, 반일 등의 키워드가 불필요한 감정적 낭비를 낳지 않도록 양 정부의 공조를 이뤄야 한다.

나날이 경색되고 있는 한일 간 교역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교역액은 858억 5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2%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4년 연속 후퇴한 규모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 비중이 높은 주력 산업 대부분이 겹쳐 경쟁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업은 원가를 끊임없이 절감하고, 정부는 최저 금리를 유지하는 등 사회적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이러한 '치킨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일회성 '미팅'에서 그치지 않도록 한일 관계를 중장기적 비전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려면 핫라인부터 제대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일본에 한 마디 말없이 독도를 방문하는 '서프라이즈'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게 양국 상생의 시작이 될 것이며, 또한 함께하는 미래를 만드는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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