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패션그룹 형지, 과도한 M&A로 부메랑 맞았다... 부도 기업 교훈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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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형지의 인천 패션복합센터 조감도
패션그룹형지의 인천 패션복합센터 조감도
패션그룹형지의 인천 패션복합센터 조감도

M&A, 형지에게는 독이었다

패션그룹형지는 올리비아허슬러, 크로커다일레이디 등의 의류 브랜드 가두점 영업을 통해 성장한 기업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중장년 여성 캐주얼'이런 블루 오션을 공략한 덕에 전국 매장 수가 2,000여 개에 달하고, 연매출이 7,000억 원을 기록하는 여성패션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영 불안 불안하다. 전략적이지 못한 M&A로 인해 수익성이 발목 잡혔기 때문이다.

형지는 2012년 인수한 남성복 전문기업 우성 I&C를 통해 M&A 자금을 조달받아 지난 2013년 바우하우스, 캐리스노트, 베트남 C&M 의류 생산 공장, 에리트베이직 등 4개 회사를 인수했다. 해외 사업부에서도 스위스 여성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의 아시아 상표권을 인수했다. 인수 기업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향후 패션 잡화와 유아동복 업체에 대한 추가적 M&A를 할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사세 확장은 계획대로 순탄하게 되지 않았다. M&A 때마다 빚을 내 목돈을 지출하다 보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린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116억원이던 형지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지난 2013년 2199억원으로 늘었다. 4년 만에 19배나 커진 셈이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1312억원)과 유동성장기부채(200억원)가 전체 빚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코앞에 닥친 부담이 커졌고, 이자부담도 2012년 38억 원에서 2013년 74억 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신설 매장을 열려고 했지만, 부채로 인한 재무 부담에 사업을 확장하기가 영 껄끄러워졌다. 토종 브랜드에 밀려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려면, 신세계나 롯데, 현대, 이랜드과 같은 강력한 유통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형지가 '공룡'들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인수합병의 목적, 사세확장만은 아니다

확장한 사업 분야의 전망도 좋지 않다. 형지는 2013년 말 인천시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1만2500㎡(약 3782평)의 부지에 사업비 800억원을 들여 패션마케팅 연구센터와, 섬유패션 MBA 교육기관, 오피스텔, 의류매장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형지가 주력하던 중저가 브랜드가 유니클로, 자라, H&M 등 해외 SPA 브랜드에게 밀리며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M&A는 잘하면 추가 이익을 얻고, 기업의 약점을 극복하는 약이 되지만, 실패하면 독이 된다. 국내외에서 이미 수많은 인수합병 실패사례가 쌓여 일종의 '교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기업의 M&A 실패 원인에 대해 첫째는 기업의 인수 가치 평가에 대한 오류, 둘째는 모 기업과의 시너지 확인 미흡, 셋째로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비전에 따른 전략의 부재를 꼽았다. 단순히 트렌드에 의존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인수는 지양하고, 시너지 효과와 타겟, 경험의 역할, 양 조직 간 문화적 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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