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재현 CJ회장, 집행유예 실패에 '망연자실'... 감형 사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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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 집행유예 선고 받지 못해.. 실형 살아야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15일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기업 총수로서 자신의 개인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거액의 조세포탈과 회사 자금 횡령, 배임 등을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가해 죄책이 무겁다"라며, "이런 기업 범죄가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고 진정한 민주적인 경제발전에 이르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형 사유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 부분이 감축된 점을 반영해 일부 감형했다"고 덧붙였다.

이재현 CJ 회장은 재판이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결국 집행유예를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거운 죄를 짓고도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는 이른바 '회장님 판결공식'이 또다시 깨지는 순간이었다. 법정에 있던 CJ 임직원들도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결국 선고가 끝나고 10여 분 후에서야 이 회장은 다시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나왔다.

'유전병' 문제, 감형 사유 되지 않았다

당초 이 회장 측은 건강 문제를 들어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했다.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은 1심 재판 중이던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삼성가 유전병'으로 알려진 CMT는 손과 발의 말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기형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10만 명당 36명에게 발병하는 희귀병이다. 근육이 약해지고 크기가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나며, 감각이 둔화되기도 한다. 추상족지 (발가락이 굽는 증상), 요족 (발바닥이 아치 모양으로 주저 않는 증상)등 기형이 흔하게 나타나며, 심할 경우 손과 팔에 기형이 생기거나 기관지 변형으로 호흡곤란이 일어날 수도 있어 일상생활에 제한이 따른다. 세대를 거쳐 유전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에 이 회장 측은 재판부에  '건강 상태가 점점 악화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 수감 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다.'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 2심 판결 이후 연장 신청을 불허한 적 있었으나, 이 회장이 수감 중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구속정지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적용 안돼... 4개월 감형

이 회장은 본래 2013년 7월에 1,600억 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지난 9월 원심을 깨고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도 배임 혐의와 관련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형법상 배임죄는 특경자법보다 형량이 낮기 때문에 이 회장에 대한 형량은 고법이 내린 징역 3년에 비해 줄어들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검찰은 대법원의 특경가법 적용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2심에서 "배임죄는 신뢰관계를 배신해 이득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이 본질이므로 손해 발생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는 것"이라며 "CJ재팬이란 법인이 회사 재산을 임직원에게 믿고 맡겼는데 이를 배신해 사업상 아무 상관없는 회장 개인의 부동산 투기를 위해 대출받고 거액의 보증채무까지 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페이퍼컴퍼니인 '팬 재팬'이 빌딩을 보유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어 대출금을 자력으로 갚을 수 있고 원리금을 상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그런 논리라면 대출사기에 이를 정도가 되지 않는 한 이득액 산정은 불가능해 가중처벌이 안 된다는 것"이라 반박하며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 원을 구형했다.

사법부의 '재벌 편향'에 반감을 갖는 비판 여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여러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형을 살지 않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사법기관의 판결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징역 3년을 선고받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집행유예 5개월로 감형된다는 '재벌 3∙5 법칙'이 비아냥거리로 쓰이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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