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 사퇴, 왜 게리맨더링을 해결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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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김대년 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김대년 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김대년 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김대년 위원장이 8일 전격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4·13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이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이날 오후 사퇴 성명을 내고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차질 없이 관리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퇴의 변에서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을 의결요건으로 하는 의사결정구조의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서 "위원장으로서 이러한 결과를 내게 된 점에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획정위원의 추천방식과 구성비율, 그리고 의결정족수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이며, 앞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선거구획정위를 명실상부한 독립기구로서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선거구 획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게리멘더링' 의혹이 여야 합의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란 각 정당이 의석 확보 수를 늘리기 위해 선거구를 유리하게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단어의 기원은 미국으로,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앨브리지 게리'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었더니 전설속의 괴물 '샐러만더(Salamander)'와 비슷한 모양이 나오자 자신의 이름 '게리'와 결합해 '게리멘더링'이라 불렀던 것이 시초이다. 한국에서도 행정구가 같은 구를 나눠 두 개의 선거구로 만든 사례가 종종 발생해 게리멘더링 의혹이 터저나오곤 했다.

극히 지난 1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선거구 획정기준은, 여야가 잠정 합의했던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보다 농어촌 지역 선거구가 더 많이 줄어든다는 비판을 받아, 여야 내부에서 "게리멘더링 선거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농어촌도 배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선거구를) 마구잡이로 늘릴 수는 없다"면서 "선관위 의견과 양당의 유불리 등도 고려해 영남, 호남, 충청과 같은 지방에 각각 한 석씩 결과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장의 내놓은 첫 번째 조건은 5개 이상 자치구·시·군에 걸치지 않으면 선거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 인접 구·시·군의 분할을 허용하는 것으로, 강원 철원과 화청, 양구, 인제 등이 이에 속했다. 이 원칙이 적용되면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는 인구 하한에 미달한 만큼 춘천 북부 지역 일부를 떼어오는 대신 인제를 인근 지역과 통폐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5개 구·시·군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인구 하한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즉, 인구 하한선 미달이던 속초, 고성, 양양은 인제와 합쳐져 살아나지만, 인구 하한선을 넘은 영월, 평창, 태백 정선은 공중분해돼 각각 홍청, 횡성, 동해, 삼척 등과 합쳐지게 된다. 결과적으론 강원도는 의석이 1개 줄어드는 데다, 선거구 대부분이 재편되는 엄청난 상황을 맞게 된다.

이에 대해 권성동(강릉) 한기호(철원·화천·양구·인제), 김진태(춘천), 염동열(태백·영월·평창·정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화표 게리맨더링을 당장 중단하라"면서 "그 누구도 정 의장에게 그러한 권한을 준 적이 없는데 정치적 월권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무리한 게리맨더링을 인정하면 인구 미달 선거구는 오히려 덕을 보고 멀쩡하던 선거구는 공중분해 된다"면서 "아울러 광활한 농촌의 취약 지역이 춘천과 같은 도시와 묶이면 농촌은 더욱 소외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무성 대표도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잠정 합의안 안이 지역구가 253개인 획정안"이라면서 "정 의장 안대로 하면 농어촌 선거구가 너무 많이 줄기 때문에 옳지 못해서 그 안을 따를 수가 없다"고 반대했다.'

결국 9일,  제 19대 국회는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위해 획정위를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으로부터 분리해 독립기구로 조직했지만 총선을 고작 3개월여 앞두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획정위가 '칼자루'를 쥐었지만 위원을 여야 동수로 추천하고, 의결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정치권에 휘둘린 채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만약 여야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합의한다면 이를 통과시키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여야 합의가 안된다면 획정위 구성이나 의결 요건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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