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환율 조작국' 지정 피한 韓, 여전히 제한 우려는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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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조작국 지명 우려에 떨던 한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됐지만, 우려했던 '환율 조작국' 지정은 피했다.

미국의 환율 조작국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그간 다양한 통로를 통해 미국 당국을 대상으로 한국의 외환정책과 상황을 설명하며 환율 조작 수준의 시장 개입은 없다는 점을 피력해 왔다.

일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만큼 한국 외환 당국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지만, 직·간접 무역제재의 대상이 되는 조작국 지정을 피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BHC 법안을 근거로 해당 국가들에 대해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하고, 이 국가의 기업이 미국의 조달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제한된다.

1년 전인 작년 4월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경제·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지적했다.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보고서 발표 이후 한국 정부의 개입 여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작년 10월에 "한국 정부가 계속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한국 당국은 외환 조작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꼬집었다.

이에 따라 한국 외환 당국은 혹시라도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미국이 지정하는 '심층분석대상국'에 무역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베넷-해치-카퍼(BHC·Bennet-Hatch-Carper)법이 발효됐다.

미국은 심층분석대상으로 지정되는 국가는 경상 흑자, 외환시장 통화절하에 관해 미국 측과 양자협의를 하게 된다.

이후 1년간 상대국이 시정 조치를 반영했는지 본 뒤 이후에도 통화가치 저평가 등 지적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기업의 신규투자를 받을 때나 해당국 기업이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을 때 불이익을 받는 직접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초 박근혜 정부의 3기 경제팀 수장을 맡게 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환율과 외환시장 동향을 세심하게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1월 15일에는 "수출 지원을 위해 환율을 조정하다간 환율 조작국이 된다", "환율이 급변동할 때만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개입 강도가 과거보다 완화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 당국이 이례적인 구두개입'으로 쏠림현상 대응에 나서면서 대외적으로는 불공정 무역행위가 없음을 적극 피력했다.

당시 외환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미국 측 당국자들을 만나 한국 당국의 이번 시장 개입이 원화의 과도한 절하를 막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총리는 국제무대에서 제이컵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접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2월 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잭 장관을 만나서도 환율 문제에 대한 한국 상황을 전달했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이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잭 루 장관을 다시 만나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단기간 내 환율의 급변동 같은 예외적 상황에 국한된다"고 거듭 설명했다.

"시장에 개입하는 경우에도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미세 조정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 교역촉진법(베넷-해치-카퍼법·BHC법)상 심층분석 대상국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결국, 이날 미국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환율 조작국이나 '심층분석대상국'으로는 지정되지 않았다.

관찰대상국 가운데 하나로는 이름을 올렸지만, BHC법상 관찰 대상에 대한 조치는 명시돼 있지 않는 만큼 한국 당국으로서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미국이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물론 원화가치 상승을 압박해오면서 우리 당국의 원/달러 환율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조차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하다.

기재부는 "미국이 관찰대상으로 꼽은 나라들에 대해서도 긴밀한 모니터링을 제외하면 별도 조치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정부는 이번 보고서 내용이 원/달러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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