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엔고'에 울상 日, G7 회의 서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 자제" 확인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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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엔고에 허덕이는 일본이 다시 한 번 큰 벽을 맞이 했다.

21일 주요 7개국(G7)이 국가별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환율정책 원칙을 재확인하며, 외환 시장 개입을 표명해오던 일본은 갈림길에 섰다.

올해 들어 엔화가치가 10% 가까이 상승하는 엔고를 맞이하면서 일본 주력 수출기업의 수익이 급감하고 아베노믹스의 동력도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주요국들을 상대로 시장개입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미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번 G7 회의에서도 미·일 양국 간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일본 센다이(仙台)시에서 열린 이틀간의 회의를 거쳐 경쟁적 평가절하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회의결과를 전하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가가 통화를 경쟁적으로 절하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아소 부총리는 그와 함께 외환시장에 대해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의 안정에 대해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원칙적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장개입을 금하되, 예외적으로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가 나타날 때만 미세조정을 양해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정상적으로 환율이 급변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G20이나 G7 등에서 언급된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번 회의에서 환율 관련 합의가 주목받은 것은 올해 엔화가치 상승 때문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힘이 주춤해지자 1월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통화완화 정책을 펴며 돈풀기 강도를 높였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예상과 달리 달러화에 견준 엔화가치가 급상승한 것이다.

실제 올해 초 달러당 120엔 안팎이던 엔화 환율은 4월 들어 110엔선이 무너지고 한때 105엔선까지 빠졌다. 환율 하락은 엔화가치 상승을 뜻한다. 다만 최근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6월로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환율이 올라 지난 21일 110.15엔에 마감했다.

일본은 봄부터 엔고 속도가 빨라지자 시장개입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아소 부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나서 수시로 환율 방어를 위한 구두개입을 해왔다.

지난달 14∼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재무장관 회의 때도 아소 부총리는 "환율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관찰될 경우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했지만,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엔화 고공행진에도 외환시장은 질서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의 개입론에 반대했다.

루 장관은 같은 달 16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보낸 성명에서는 "세계경제가 불균등한 저성장을 하는 상황에서 이웃국가들을 궁핍하게 하는 외환정책을 피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의 개입론에 반대하는 미국의 기조는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9일 공개한 주요교역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일본을 한국, 중국, 독일, 대만 등과 함께 환율조작 여부의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지난 19일에는 왈리 아데예모 미 백악관 국제경제담당 국가안전보장 부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은 세계 경제 성장을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쐐기를 박았다.

이번 G7재무장관회의 결과는 내주 G7정상회의에 반영된다. 현재로선 환율정책을 둘러싼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시장개입 정당화를 위한 발언을 쏟아냈던 일본의 태도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구로다 총재는 이번 G7회의 직전에 기자들에게 "환율이든 뭐든 우리 물가안정목표치를 달성하는데 부정적 영향이 있고, 이에 따라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추가 완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에선 올해 들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 증가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를 피하긴 했지만, 지난달 구마모토 지진에 따른 여파로 2분기 GDP 위축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실례로 수출 견인차인 도요타자동차는 엔고 등의 영향으로 내년 3월 끝나는 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3월) 순이익이 전년보다 3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이므로 당국으로선 엔저의 필요성이 강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엔고 흐름이 지속한다면 엔저 유도를 위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미 재무부 평가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4년간 시장개입을 하지 않았다.

시장개입이 어렵다면 우회적으로 엔저를 유도하고자 통화정책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일본은행은 시장 예상과 달리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아무런 추가조치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회의에선 돈 풀기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20일 의회 보고에서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양적 질적 완화책뿐만 아니라 금리 정책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추가 완화 조치를 시행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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