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비자금 의혹' 롯데 그룹, 계열사 신용 등급 가능성에 재무상태 경고등 켜질 수도

롯데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며 주요 계열사의 재무상태에 예상치 못한 경고등이 켜질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주요 롯데 계열사들은 올 하반기부터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위한 차환(사채를 갚기 위해 새로운 사채를 발행하는 것) 계획을 잡아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용등급 강등으로 회사채 차환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내년 8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외 회사채 규모가 1조원을 넘는다.

롯데쇼핑은 보유 현금성 자산이 지난 3월 말 기준 5천500억원 수준이어서 만기 회사채를 갚기 위해서는 차환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신용등급이 AA 로 양호하지만, 비리의혹이 확인돼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회사채 차환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다른 롯데 계열사들도 올 하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다.

특히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차입금 대비 현금이 넉넉지 않아 당장 사채 발행에 나서야 한다.

롯데제과는 내년 7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사채 규모가 3천억원으로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1천100억원)을 훨씬 초과한다.

롯데칠성도 당장 올해 11월까지 1천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올 들어 시장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는 1조3천500억원에 달했다.

롯데케미칼이 7천6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롯데쇼핑 3천400억원, 롯데하이마트 1천800억원, 현대로지스틱스 500억원, 롯데건설 200억원 순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롯데 계열사들의 자금조달과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검찰 조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롯데 계열사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을 위한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 회사들은 등급 하향 조정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그룹 차원에서 역점을 두는 면세점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해외투자를 미뤄야 하는 등 그룹이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광수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우량해 검찰 수사 착수만으로 당장 어려움에 부닥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금 유입 효과가 큰 호텔롯데 기업공개(IPO)가 연기돼 채권자 입장에선 마이너스(―) 요소가 생겼다"며 "사태 추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조달 비용이 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지켜보면서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각종 의혹과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재무제표와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창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의 우려를 반영해 롯데그룹 상장 종목 9개의 시가총액은 이날 1조2천122억원이나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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