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조선·해운업 기업 대출을 늘리면서 잠재 부실 위험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지배구조 탓에 부실처리 문제를 해결 짓지 못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배당금 지급 문제에서는 이견을 좁혔지만 특히 명칭사용료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간극을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 명칭사용료 협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견을 좁히지 않으면 농협금융이 추진하는 '빅배스'(Big Bath)도 원활히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이후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농협은행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의 김용환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에 몰린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하겠다고 밝혀 빅베스를 예고한 바 있다.
문제는 부실 위험 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쌓기 위한 재원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금협금융은 충당금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앙회에 배당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중앙회에 지급하는 명칭사용료는 중앙회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명칭사용료란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자회사가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분기마다 납부하는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영업수익의 2.5%까지 부과할 수 있어 당기순이익을 넘어서기도 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천763억원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명칭사용료는 당기순익의 두 배에 가까운 3천51억원을 지급했다. 최근 3년간 명칭사용료로 지급한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저금리와 기업 부실로 수익구조가 빠듯한 상황에서 명칭사용료 지출이 매년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다 보니 충당금을 쌓아 잠재 부실을 처리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농협금융과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중앙회에 지급하는 명칭사용료가 과도한 수준이어서 순익을 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농협은행이 체력을 비축하려면 충당금 지급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게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명칭사용료 조정 이슈는 농협금융의 숙원이지만 키를 쥔 중앙회 쪽은 정작 꿈쩍도 안 하고 있다.
법에 사용료 부과 권한이 명시된 데다 회원과 조합원을 상대로 한 지원사업에 사용되기 때문에 함부로 줄일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감독권한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에만 미치기 때문에 이견을 조율한 마땅한 수단도 없어 속으로 애만 태우고 있다.
결국 최근 농협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마친 금융감독원은 명칭사용료 등 합리화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향후 기업대출 부실 확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여신심사 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해 제출하라는 요구만을 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명칭사용료는 부과 근거와 사용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농협금융은 명칭사용료를 합리화하는 게 금융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해 농협 전체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점을 중앙회에 충분히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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