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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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현대상선의 뒤바뀐 결말···유동성 확보가 운명 뒤집어

한진해운

한진해운 채권단이 30일 한진해운의 추가 자금지원 요청을 끝내 거부하면서 양대 해운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채무상환 유예를 종료키로 하면서 법정관리 신청 현실화 됐지만, 현대상선은 악조건 속에서도 용선료 조정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끌어내면서 경영 정상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초반 한진해운은 좋은 흐름을 보이며 순조로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반면, 용선료 협상과 해운동맹 가입 등 잇따라 험난한 파도를 맞닥들이며 위기감이 고조됐던 현대상선의 운명이 뒤집어졌다.

두 회사는 사업 모델이 비슷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최고경영자가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자주 비교돼왔다.

 한진해운은 201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넘겨받기 전까지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전 회장이, 현대상선은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을 이끌어왔다.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한진해운이 놓인 여건이 나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8위의 규모를 자랑했다. 반면 국내 2위사인 현대상선은 글로벌 순위가 15위로 규모 면에서 한진해운에 밀렸다.

컨테이너선사는 비용 면에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덩치가 클수록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운업황 부진으로 두 회사 모두 경영 악화를 겪으면서 주채권은행과의 약정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여온 점은 비슷했다. 그러나 재무 여건으로 볼 때 현대상선 측의 부진이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한진해운이 미약하게나마 영업흑자를 낸 반면 현대상선은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무려 1조7천원에 달했다.

한진해운은 2013년 1천445%이었던 부채비율을 작년 말 817%로 낮춘 반면, 현대상선은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1천397%에서 1천565.2%로 오히려 올랐다.

작년 11월에는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 합병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했다가 거부당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정부와 양사의 부인으로 사태는 가라앉았지만,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인수하는 안이 거론됐다.

5월 한진해운은 새로 출발하는 글로벌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출발멤버로 합류하고, 현대상선이 여기서 제외되자 명암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에 더해 현대상선이 정부 측이 제시한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조정 합의 시한을 넘기자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의 법정관리가 임박했다고 점쳤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용선료 조정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판세가 뒤바뀌었다.

이후 현대상선은 정상화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된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가 밀려 선박이 억류되는 등 유동성 고갈에 처하면서 일이 꼬였다.

두 회사의 운명을 뒤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유동성 여건에 있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1조2천억원에 성공적으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주요 계열사 자산을 모두 동원한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그룹 측은 자산 매각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태에서 유동성이 떨어진 시점에서 뒤늦게 채권단에 손을 벌렸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 없이 현대증권 매각과 사재출연 등 자구노력으로 필요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반면 한진 측이 내놓은 자구안은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다고 보일 만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는 식으로 해운사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로운항권이나 항만 터미널 지분 등을 외국 선사에 넘기지 않고 현대상선 측이 매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희망 섞인 기대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주요 영업 항로가 겹쳐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한진해운에 매각할 만한 우량자산이 이미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한진해운은 ㈜한진에 아시아 역내 주요 운항노선 영업권을 600여억원에 양도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에 자산을 잇따라 매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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