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염소로 시작된 70년의 저주, 단호함의 컵스가 결국 끊었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오른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카고 컵스의 108년만의 우승으로 '염소의 저주'는 끝이 났다. 야구계에서 '염소의 저주'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괴롭힌 '밤비노의 저주'와 더불어 유명한 저주였다.

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그리스계 이민자로 시카고 컵스의 열성팬인 빌리 시아니스는 애완 염소를 가족처럼 아껴서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로 데려가서 같이 경기를 관람했다. 시나이스는 염소의 표까지 끊어서 경기장에 들어갔고 4회까지 관람했다.

그런데 구단주 필립 K 리글리가 염소가 악취를 풍긴다며 퇴장할 것을 요구했다.

관람중에 별안간 쫒겨난 시나이스는 "컵스는 더 이상 월드 시리즈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했다.

시아니스의 저주는 현실이 됐다. 컵스는 4차전에서 1-4로 졌고, 5차전과 7차전까지 내주면서 결국 3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월드시리즈 진출은 있어도 우승은 없었다.

이 저주를 깬 사람은 2011년 부임한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 그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깬 바 있다.

엡스타인 사장은 단기적인 전력 강화로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속에 천천히 팀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컵스는 2012년부터 3년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엡스타인 사장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2016년 우승을 목표로 젊고 재능이 넘치는 야수를 키워가며 기틀을 다졌다.

1989년에 제작된 영화 '백투더퓨처 2'에서 2015년 메이저리그 우승팀으로 컵스가 설정돼 지난해 정말로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가 기대가 컸지만, 엡스타인 사장은 단호하게 "자신들의 목표는 2016년"이라고 강조했다.

목표로 했던 2016년이 되자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었다.

과거 컵스 구단은 여러 차례 시아니스 가문 측에 요청해 리글리필드에 염소를 데려왔으나 올해는 시아니스 가문과 연락을 끊었다.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떤 이벤트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올 시즌 컵스는 103승 58패(승률 0.640)라는 압도적인 승수를 올리며 1945년 이후 71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마침내 그토록 바랐던 우승을 일궈냈다.

지금까지 컵스의 실패는 '염소의 저주'라는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결국 미신에 가까운 그 저주를 푼 열쇠는 팀의 체계적인 노력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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