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운데 채권단은 회사 측에 자본확충의 전제조건으로 노동조합의 자구계획 동참 동의서 제출을 공식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경영 정상화 방편의 하나로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과 분사 등을 추진한 회사 측에 맞서 싸우던 노조 측은 이제 자신들의 운명 뿐만 아니라 회사의 생존을 놓고도 고심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근 대우조선에 "쟁의행위 금지와 자구계획 이행 동참 등을 약속하는 노조의 동의 없이는 증자 등 지원을 해주기 힘들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왔다.
이는 지난해 10월 정부와 채권단이 4조2천억원의 지원 결정을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대우조선 노조에 쟁의행위 중단 등의 공개 약속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당시 대우조선 노조는 무파업과 임금동결을 약속하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해서, 희망퇴직과 분사를 통한 인적 구조조정 시행에 대한 동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조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자본확충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새 지도부는 인력감축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도 자구안에 대해 고민이 많겠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를 넘어섰고 자구안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문제"라며 "채권단이 조 단위를 넘는 뼈를 깎는 자구안을 내놓았는데 노조가 반대하면 국민 이익에 대치하는 것이고 이 딜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고통분담 의지가 없으면 증자 등 지원에 나서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산은의 공문 발송 이후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 7일 노조를 만나러 찾아가는 등 노조에 이해를 구하는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최근 사보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이 채권단의 자본확충을 받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난 9월 새로 선출된 신임 노조가 자구계획 이행에 동참할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에 "일단 무파업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상태다.
대우조선이 10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가운데 그 전까지 노조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자본확충 방안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노조의 결정에 회사의 운명이 달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은 10일 긴급 이사회에서 감자를 시행하는 안건을 처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오는 25일 경남 거제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여기에 감자 안건을 함께 올려 의결하기 위해 이사회를 긴급 소집한 것이다.
감자는 자본금을 감소시킴으로써 자본잠식의 폭을 줄일 수 있어 기업의 구조조정에서 자본확충에 앞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다. 대주주인 산은은 감자를 해 그 차익으로 결손금을 감소시킨 뒤 출자전환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하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대주주인 산은이 감자를 한 뒤 출자전환과 유상증자를 혼합한 방식의 자본확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대우조선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조2천28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다. 이에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은 총 3조2천억원 안팎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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