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여의도 캠프에 개헌 키워드 더하는 반기문

윤근일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정당과 정파 대표들로 개헌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대선 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다.  17.1.31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입지가 대선주자 뿐 아니라 개헌 주도의 위치에도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지난 12일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정치변화를 이끌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국 정치 구도 변화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이란 가능성도 나온다.

31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어제 오후 반 전 총장 측이 추미애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다"며 "그러나 추 대표의 일정이 여의치 않아 다음에 예방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대변인의 이같은 사실은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반 전 총장이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반 전 총장은 내달 1일 민주당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에 대선 전 개헌을 위한 개헌협의체 출범을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헌법을 고쳐서 승자가 독식하고, 그 승자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이런 전횡,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수명을 다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새로운 제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도가 지금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권력구조라고 강조했다.

야권은 반 전 총장의 이같은 제안에 선긋기에 나섰고 반 전 총장과 같은 범여권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원내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반 전 총장이 개헌을 내세우는 것에는 지지율 수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대항마가 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그의 행보는 제7공화국 건설을 구호로 개헌을 주장하는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비롯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잇따라 회동함으로써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려는 '빅 텐트'로 문 전 대표에 대항하는 대선구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문 전 대표에 대해 "정권교체, 그 뒤에 숨은 패권추구 욕망을 더이상 감추려 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개헌과 반문 기치를 내걸어 보수 뿐 아니라 진보를 아우르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지만 개헌 입장을 공유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자신에 대한 반신반의 눈치를 받고 있다.

손 의장은 지난 27일 "전체를 다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반 전 총장과의 회동에서 "개혁세력을 바탕으로 정치하면 같이 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보수세력에 얹혀서 정치한다면 곤란하다"고 주문해 사실상 보수진영과의 결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또한 반 전 총장에 대해 "우리 당은 셔터를 내렸다"고 말했고 개헌론자인 김종인 의원 또한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모습이 실망스럽고, 국가 비전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반 전 총장은 보수계열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정치를 하겠다면 누구와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 앞에 밝힐 의무가 있다"며 반 전 총장에 '보수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보수 후보 천명을 요구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내세워온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체가 모호한 수사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반 전 총장이 진영 논리를 떠나 개헌론에 집중하면서 인재 영입에 나섬으로써 캠프 규모를 키워 중간지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키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실제로 이르면 이번 주 중 캠프 진용을 꾸리고 마포 사무실도 여의도로 확대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일 보수정당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연쇄 방문하는 것도 캠프 인재 영입 차원인게 아니냐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날 새누리당 TK(대전충청)지역 의원 8명(정진석·이명수·박찬우·성일종·이종배·박덕흠·경대수·권석창)은 회동을 갖고 반 전 총장의 지지를 드러낸 것도 캠프 규모 키우기의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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