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기자의 눈] 조합원 투표 무시한채 도입 날인한 '예보 성과연봉제 강행' 논란

박성민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성과연봉제 강압 논란에 휩싸였다. 예보 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달 26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대해 "성과연봉제 강압과 관련해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해 4월,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자 조합원 투표로 찬반을 물었다. 같은 달 27일, 조합원 총회 투표에서 조합원 406명 중 250명(62.7%)이 반대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당시 반광현 전 노조 위원장과 곽범국 예보 사장이 둘만 있는 자리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날인했다고 한다. 합의 며칠 뒤 반 전 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전해오는 조직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우려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반 전 위원장은 같은 해 9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한형구 노조 위원장이 당선됐다. 한 위원장은 성과연봉제 재검토를 공약했다. 노조는 "당시 합의는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청와대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며 불합리한 성과연봉제 철회를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은 "정부와 사측이 성과연봉 도입을 강압했다. 이 과정에서 전임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총투표 결과에 반해 사측과 성과연봉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며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대한 원상회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도대체 어떠한 압박이 있었기에 곽 사장이 '예보 업무가 갈가리 찢기고 조직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하며 걱정했는지 정부와 사정당국이 낱낱이 밝혀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해 4월 예보는 금융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금융당국으르로 부터 모범생이라는 칭찬을 얻기도 했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노동 개혁과 공공 개혁의 일환이었다. 연공서열을 바탕으로 한 호봉제 중심의 보수 체계를 민간 기업들처럼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성과연봉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예보 직원들은 오는 8월부터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따른 임금을 받는다.

한 위원장은 "곽 사장 등 경영진은 지난 해 3, 4월 예보가 성과주의 선도기관으로 지정됐음을 이유로 조합원이기도 한 직원 대상으로 각종 설명회·간담회·토론회 등을 개최했다"며 "부서별로 직원들의 성과연봉 개별지지 동의서를 징구하는 등 노조의 자율성 침해 의심 행위를 했다. 성과연봉 확대 압박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과 정책담당자는 성과연봉 사후처리를 다룰 때 예보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 노사합의의 진정성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공운법을 족쇄로 성과연봉을 강압시킨 실체가 누구인지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보 노조는 최근 성과연봉 타결 1년간 직원들이 체감하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의 성과 점검을 설문조사했다. 지난 달 5일부터 10일 조합원 358명(사내근무자 기준 79%)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5%가 성과연봉제의 업무성과 연계성, 공정성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예보 조직발전 및 일·가정 양립 기여에 대해서도 대상자 95% 이상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또 응답자 95%가 소신있는 업무처리에 성과연봉제가 부정적 영향(상사 눈치 보기 등)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83%가 조직 내 줄서기 문화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현행 성과연봉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응답자 65%가 폐지를 원했다. 한국은행·금감원 수준으로 성과연봉제 수준 조정이 19%, 타 공공기관 수준으로 차등폭 축소가 16%였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성과연봉제의 폐지 위기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예보의 성과연봉제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무시했고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며 실행됐다. 도입 이후에도 직원들은 불만감을 드러내고 있고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예보 노조는 기자회견이 있던 날 사측의 성과연봉제 강압 과정을 순서별로 담은 백서를 공개했다. 노조는 조만간 사무금융노조에 가입해 진상규명 활동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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