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누가병원 김수정 원장, 제4회 대한기독의료인 리더십 세미나서 강의
지난 2008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소도시 디종에서 전직 교사였던 샹탈 세비르(Chantal Sebire) 씨는 암이 머릿 속에서 자라면서 흉칙한 얼굴로 변했다. 그녀는 코(비강) 부위가 부풀어 오르고 얼굴이 기형적으로 변하는 악성 종양을 앓아왔다. 정확히 후신경모세포종이라는 질환이었고 치료가 불가능했다.
세비르 씨는 이렇게 사느니 편안한 죽음이 낫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안락사를 요구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를 개정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3월 17일 디종 지방 최고법원은 그녀가 신청한 안락사 허용 요청을 기각했고, 불행히도 그녀는 이틀 후 약을 먹고 자살했다. 한 여성의 얼굴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변해갔고, 그녀는 "동물도 나처럼 죽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죽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언급한 것이었다. 그녀의 죽음은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성누가병원 김수정 원장(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이 8일 저녁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새안교회에서 진행된 제4회 대한기독의료인 리더십 세미나에서 '연명의료부터 안락사까지, 기독 의료인의 입장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에 관해 전했다.
의학기술이 발달해 간다. 100년전이었으면 생명이 더 연장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환자가 생을 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사망 5개월 전,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김 추기경은 병세가 악화된 2008년 기계적 치료를 거부했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지 않은 채 스스로 호흡하는 의사를 밝히는 등 연명치료를 거부했다. 김 추기경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88세에 폐렴으로 선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게서는 흔히 보기 힘든 일이다.
무엇이 옳은 것인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연명의료가 심한 편이다. 왜일까?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 일어났다. 58세의 남성이 낮술에 취해 시멘트 바닥에 머리에 부상을 입었고 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9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뒤늦게 온 부인은 돈이 없었기에 남편의 퇴원을 요구했다. 의료진은 만류했지만 각서를 쓰고 퇴원을 했고 집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남편은 집에서 사망하게 된다.
김 원장은 "의사는 환자가 죽을줄 알면서도 퇴원시켰으면 살인이라는 이유로, '살인방조죄'란 죄목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 의료계에 굉장히 충격을 줬다"며 "'인공호흡기를 때면 안된다'라는 것이 의사들의 머리에 각인이 됐다. 이런 일이 의사들이 연명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회생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환자였지만 돈 문제로 그만둔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분명 사회적 개선은 필요한 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까? 빅터 프랭클은 "그 상황이 되었을 때 나도 같은 행동을 하게 될지 정말로 정직하게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를 2002년부터 합법화했다. 연간 5000여명이 삶을 마친다고 한다. 환자의 요청 없이, 당국에 보고 없이 이뤄지기도 한다.
김 원장은 이런 문제와 관련한 용어에 대해 매체가 오히려 혼란을 일이키는 문제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일반인 존엄사 비교'라고 언론이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결코 존엄사가 아닙니다"라고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존엄사라는 용어는 1990년대 미국에서 안락사 지지 그룹이 창안했다. "안락사라고 하면 느낌이 좋지 않으니, 존엄사라고 하면 어떠냐"라고 해서 나온 표현이라고 한다. 일반 대중은 존엄사를 연명의료 중단의 의미로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다. 김 추기경은 연명의료를 중단했던 것이었지, 존엄사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 아울러 '자연사'라는 용어도 좋은 용어는 아니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무익한 연명의료와 안락사의 대안은 무엇일까. 호스피스 완화치료란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 상태가 계속 진행돼 죽음이 예상되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신체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완화적이며 지지적인 의료를 말하는데 이곳에서는 전인적 돌봄이 제공되고 팀으로 이뤄진다. 의사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성직자 등이 함께 움직인다. 김 원장은 "이곳에 가면 환자의 통증이 대부분 조절된다"며 "이벤트가 자주 열리는데 외롭게 살아오신 분들은 굉장히 감동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독교에서 '영혼'은 하나님이 창조하고 기르시는 고유하고 발전적인 영원한 인간 정신이다. 각 영혼은 굉장히 독특하고 또 귀하다"면서 "반면 세속주의는 영혼을 부정하며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도 있으나 기독교는 나의 소유권은 하나님께 있다고 생각하며, 때문에 나 자신을 양육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안락사는 영혼의 성장과 학습의 기회를 차단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안락사 지지에는 경제 논리와 세속주의가 있다"며 "고통과 자기 비움을 통해 영혼의 성장과 확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와 공동체적 돌봄, 의료인의 양심, 영혼의 성장에 관심이 있는 사회 등이 연명의료 그리고 안락사에 대한 논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이뤄져야할 부분이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성누가회 신명섭 대표(성누가병원 치과 원장)는 "일본에서 126명의 외과의사에게 연명의료를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는데, 아무도 하고싶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주제였다"며 "안락사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올바른 답변을 줘야할 것이고 위로를 주는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성누가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의술을 베푸는 의료인들을 양성·배출하는 신앙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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