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부동산 투자심리 악화…투자자금, 주식으로 유턴할까

이겨레 기자
증시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에 주택투자 심리가 급랭하면서 증시에선 묘한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 주변에 머물던 투자자나 이미 차익을 내고 빠져나온 투자자들은 규제를 피해 주식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저가 매수 이점이 생긴 점도 투자자금 유입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로 재건축·재개발을 타깃으로 해 주택거래 둔화와 분양시장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매 제한으로 분양권 거래 감소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건설사는 분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고 조합원도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한 유인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실주거 목적이 아닌 투자 용도로 부동산 매입을 고려하던 투자자라면 투자처를 다시 고민해볼 수 있다.

일부 증시 전문가는 코스피 사상 최고가 행진에 주식 투자를 미루던 투자자들이 뒤늦게 저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부동산이 과열된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고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며 "양도세를 강화하면 이런 욕구는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적인 저금리 상황에 맞게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되면 부동산 대기 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코스피가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조정 장세를 보이는 와중에 부동산 대책과 세법개정안 등 조정의 빌미가 나오면서 주식 저가 매력이 커져 투자 유인도 생겼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과거 코스피가 1,950∼2,100을 박스권으로 보고 하단 부근에서 자금이 유입됐다"며 "이번 조정장을 통해 자금 유입의 기준이 되는 새로운 박스권 하단이 만들어지고 기관의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하단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지난달 14일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15일 동안 이틀을 빼고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2조6천억원에 육박한다.

최근 들어 외면받던 국내 주식형 펀드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1개월간 5천805억원 증가했다. 이 중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설정액은 8천617억원이 증가했다.

허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며 "증시에서 투자 주체가 지금까지 외국인과 연기금에서 기관과 개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동산과 주식이 대체자산 관계가 아니어서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증시로 바로 흘러들어올 여지는 적다는 분석도 있다.

황 실장은 "부동산과 증시는 투자자산의 성격이 달라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투자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증시는 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감내할 위험의 종류도 부동산과 다르다"라며 "부동산 투자자가 이익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하루아침에 공부한 뒤 주식 투자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부동산시장이 나빠지면 단기적으로 증시에선 자금 유입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될 수 있지만, 실제 자금 이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동산 대책이 증시나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나 변화도 크지 않다"고 이 팀장은 지적했다.

부동산이 조정을 받거나 침체하면 부동산 투자자금은 부동자금으로 떠돌거나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부동산 투자 수요를 누른다고 해 대기자금이 증시로 바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최근 1개월간 무려 17조2천660억원이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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