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통상임금의 역설'…잔업·특근 없는 기아차, 연봉 200만원↓

윤근일 기자
기아차

기아자동차가 이달 초 '9월 특근 잠정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아예 25일부터는 잔업을 원칙적으로 없애고 특근을 최대한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관련 업계뿐 아니라 재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아차는 공식 참고자료에서 이번 결정의 배경 요소들로 '근로자 건강', '장시간 근로 해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 생산량 조정', '통상임금 부담' 순으로 배열했다.

하지만 기아차 경영진의 최종 결정에는 지난달 말의 '통상임금 1심 패소'가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 통상임금 인정으로 오히려 급여 줄 수도

통상임금 1심 선고로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이후 상급심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심야·연장·특근·잔업·휴일·연차 수당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현 근로 체계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기아차 근로자의 임금 총액이 불어난다는 얘기다.

기아차 노조원은 한 해 월 기본급의 75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받는데, 이 상여까지 통상임금에 추가되면 연간 기준 통상임금 수준은 50% 정도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기아차 노조원들이 받는 통상임금 연동 수당들도 똑같이 50%씩 늘어나게 된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지난달 22일 간담회에서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며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잔업 중단, 특근 축소는 이런 '임금 급등'에 대한 기아차의 '선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부담을 그나마 줄이려면 아예 수당이 지급되는 작업 자체를 줄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1일 기아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된 방침 대로 잔업이 완전히 없어질 경우, 근로자 1인당 임금 감소 규모는 연간 '100만 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거의 없어지는 특근 수당 감소분을 더할 경우, 근로자 입장에서 감수해야 할 임금 손실은 연 20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통상임금 확대로 각종 수당이 50% 뛸 경우까지 고려하면, 잔업·특근 폐지에 따른 미래 '기대 소득' 감소 폭은 더 크다.

사측의 지급 여력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통상임금 확대에도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이 커지는 게 아니라 근무·임금 체계 조정 등에 따라 오히려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거 한국지엠(GM) 사례에서도, 정기상여의 통상임금 산입으로 통상임금 자체는 인상됐지만, 일감 축소와 함께 결국 임금 총액은 줄었다.

한국GM 군산공장의 경우, 2015년 4월부터 '주간 연속 2교대'에서 '주간 1교대'로 근무 방식을 바꿔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데, 물량 감소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통상임금 확대'였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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