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화려한 실적에도 삼성전자 ‘위기론’ 제기 돼

이겨례 기자
삼성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53조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만들어냈지만,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거론하는 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총수 부재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슈퍼 호황의 견인차인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국의 견제와 추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의 신기록 작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최고의 IT업체들의 실적에는 못 미치는 측면이 남아 있다는 점도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장기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구속 수감되면서 삼성의 '총수 공백' 사태는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같은 일상 경영 활동은 전문 경영인에 의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는 대규모 투자가 전제되는 전략적 결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IT(정보기술) 산업의 변화 사이클이 더 짧아지고, 변화의 강도가 세진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총수 부재의 후유증이 예상 외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3월 9조2천억 원을 들여 미국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굵직한 M&A가 없다는 점이 단적인 사례다.

총수 1인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경영 행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어쨌든 삼성의 인수합병(M&A) 시계가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사실상 멈춰버렸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활발한 M&A(인수합병)로 인공지능(AI)·AR(증강현실)·VR(가상현실)·IoT(사물인터넷) 분야의 인재와 사업 역량을 부지런히 확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포스트 슈퍼 사이클', 즉 반도체 분야의 장기 호황 이후엔 무엇이 삼성전자의 성장을 책임질 것이냐도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겨냥해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것도 삼성전자엔 큰 부담이다.

국가적 차원의 자원·역량 총결집을 통해 단기간 내에 산업 경쟁력을 급속히 끌어올리는 중국식 발전 모델이 머지않아 반도체 분야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일각에선 올해 말부터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한 움직임,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상징되는 미국의 통상 압력도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불안 요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작년 2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제조업체 중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리는 것으로 평가되는 애플을 영업이익에서 제친 바 있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아직 애플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지난 한 해(애플의 회계연도로는 2016년 4분기∼2017년 3분기) 613억4천440만 달러(약69조3천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53조6천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액수다.

미국 ICT(정보기술통신) 업계 '빅 4'로 불리는 이른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이니셜)'에도 뒤진 것으로 추정된다.

FANG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약 563억9천만 달러로 지난해 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 돈으로 약 63조7천700억원에 해당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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