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무제한 데이터 요금 경쟁 시작…저가 가입자는 소외

이겨례 기자
케이티

이동통신사들이 잇따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이며 고객 몰이에 나섰다. 속도와 용량 제한을 없애고, 최저 4만 원대부터 속도 제어 조건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데이터 서비스를 강화했지만, 혜택이 고가 요금제로 집중되면서 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에 이어 KT도 이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경쟁에 가세했다.

KT가 이날 선보인 '데이터온(ON) 프리미엄'은 월 8만9천원에 속도와 용량 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KT가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사

이 요금제는 LG유플러스보다 1천원 비싸지만, 지인 가입자와 나눠 쓸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50GB로 10GB 많다.

KT는 한 발 더 나아가 4만 원대부터 속도 제어 조건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날 함께 선보인 '데이터온 톡'은 월 4만9천원에 데이터 3GB를 제공하고 기본 제공량 소진 후에는 최대 1M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

'데이터온 비디오'는 월 6만9천원에 100GB를 제공하고, 소진 후에는 5Mbps 속도로 무제한 쓸 수 있게 해준다. 기본 제공량 100GB는 기존 월 10만 원대 데이터 요금제가 속도 제한 없이 제공하는 최대 데이터양(90GB)보다 많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온 비디오가 비중이 가장 큰 5만∼6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를 타깃으로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속도·용량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월 8만8천원)를 선보여 가입자 유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1분기 비슷한 가격대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이 작년 4분기 대비 9배 늘었다. 특히 40GB까지 지인 가입자와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점이 타사 가입자까지 끌어들이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가세하면서 이통시장 1위 SK텔레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혁신적인 신규 데이터 요금제와 로밍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 인가를 거쳐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가입자당 주파수 용량이 3사 중 가장 적고, 고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높아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네트워크 운영 노하우를 고려하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이 제한된 주파수 용량에도 그간 통신품질 조사에서 1위를 유지해온 점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보다는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증가로 인한 매출 손실을 더욱 우려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데이터 요금 경쟁에 뛰어든 만큼 더는 미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3사는 앞 다퉈 데이터 혜택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혜택은 고가 요금제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8만8천 원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이면서도 기존 중저가 요금제는 손대지 않았다.

KT는 월 3만3천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LTE베이직 요금제를 함께 선보였지만,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오히려 최근 요금제 개편으로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보다는 고가 가입자가 더 저렴한 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KT의 경우 기존 7만 원대 이상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가 데이터 혜택이 더 많은 데이터온 비디오(월 6만9천원)로 갈아탈 경우 요금 절감폭은 월 7천∼4만원에 달한다. 10만9천원대 가입자가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온 프리미엄으로 옮기면 월 3만원을 아낄 수 있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의 부담이 많이 줄어드는 셈이다.

박현진 유무선사업본부장은 "데이터온 요금제가 기존 요금제보다 조건이 좋아 6월 말까지 기존 자사 고객은 물론 타사 고객의 상당수가 넘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신 3사가 앞서 내놓은 요금제 개편안도 무약정 고객 등 일부 소비층에만 적용돼 근본적인 통신비 경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비판한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무제한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며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저가 요금제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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