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부채 규모 1위 한전, 3분기도 역대 최대 적자 예상

이겨레 기자
한국전력 서울 본부
한국 전력 서울 본부 [연합뉴스 제공]

한국전력의 부채 규모가 예금·보험료를 부채로 잡는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부채는 대규모 적자로 1년 새 3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러시아발(發)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해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부채는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올 연말이면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도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고물가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전 부채 165조원으로 국내 기업 중 최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한전의 올 6월 말 현재 연결기준 부채(부채총계)는 1년 전보다 28조5천억원 늘어난 165조8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전의 부채는 전체 상장사 중 8위지만 1~7위가 금융회사거나 금융회사가 포함된 기업인 것을 고려하면 산업 부문에서는 한전이 사실상 1위다.

부채 1~7위는 KB금융 등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삼성생명, 한화 등이다. 금융회사는 예금과 보험료 등이 부채로 잡힌다. 한화는 한화생명 등 금융회사가 연결돼 있다.

한전 부채 규모는 현대차(162조5천억원)와 삼성전자(120조1천억원), SK(115조7천억원), HD현대(45조5천억원), 포스코홀딩스(43조1천억원) 등 주요 대기업보다 큰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전 부채는 145조8천억원으로 현대차(151조3천억원)보다 5조5천억원 적었지만, 올해 3월 말 156조5천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증가하며 현대차(153조5천억원)를 앞질러 1위로 올라섰다.

부채가 늘어난 것과 반대로 자본은 줄었다.

6월 말 현재 자본(자본총계)은 55조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조3천억원 급감했다.

한전의 자본 규모는 전체 상장사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SK하이닉스, 포스코홀딩스에 이어 6위다. 한전은 1년 전에는 순위가 3위였다가 1년 만에 3계단 내려왔다.

한전의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자산 부채 추이
한국전력 자산 부채 추이

▲러시아발 천연가스 가격 급등…3분기 7조~8조원대 적자 전망

최근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평균 28조4천895억원이다.

1분기에 7조7천869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포함해 상반기에만 14조3천3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또 14조원 정도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달 말 일시적으로 유럽행(行) 가스관을 걸어 잠그겠다고 예고하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어 이는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h(킬로와트시)당 평균 197.57원에 달해 200원선에 근접했다.

SMP는 올 4월 202.11원으로 역대 최고를 찍고 5월 140.34원, 6월 129.72원으로 하락했다가 5월(151.85원)에 상승 전환하더니 이달 들어 급등하고 있다.

반면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는 110~120원 수준이어서 전력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통상 3분기가 여름철로 전력 수요가 많은 시기인 것을 고려하면 한전의 에상 3분기 적자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1분기 기록을 깰 수도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최근 '답은 다 알고 있다. 이제 실행이 관건' 제목의 보고서에서 "4분기에도 3분기와 유사한 7조원대의 영업적자를 예상한다"며 "공급 차질 이슈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절기로 접어들게 되면 주요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전력공사
▲ 한국전력공사 CG. [연합뉴스 제공]

▲한전, 연말 회사채 발행도 한계 "전기요금 정상화해야"

한전은 우선 회사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전은 상반기 20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누적 발행액이 6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20조원 정도의 회사채를 더 발행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자칫 발행한도(91조8천억원)에 다가서게 된다.

한전법에는 적립금과 자본금 합계(45조9천억원)의 2배까지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돼 있다.

올해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경우 내년 3월 결산 때 현재 40조원 수준인 적립금은 10조원 정도로 줄게 돼 회사채 발행액이 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한전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한도를 넘으면 단순히 회사채 발행이 더 안 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전이 전력을 구매할 수 없어 한전법 개정은 무조건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와 전기요금 인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은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kWh당 5원 인상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올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 여력이 남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못지 않은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를 해야 하며 관련 제도의 개선과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할 경우 그만큼 국민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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