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융진단] 국제유가, 4년 만에 최저 수준…글로벌 경기 둔화 경고음

윤근일 기자

수요 둔화·공급 과잉 겹치며 유가 급락세 심화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2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 충격기 이후 처음으로 50달러 초반을 기록한 것이다.

세계 원유시장은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장기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중국·유럽 주요 제조업지수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요의 구조적 감소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이 2025년 상반기까지 평균 6%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유 저장탱크
▲ 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저장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경기 둔화 신호와 함께 원유 수요 감소세 뚜렷

올해 들어 주요국 제조업지수와 원유 수요 지표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 전망치를 하루 110만 배럴로 낮췄다. 이는 지난 2월 전망 대비 4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중국의 산업생산과 유럽 경기선행지수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유 수요 부진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3.2%에 그쳤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에너지 소비가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이달 초 기준 리터당 1,550원대로 내려앉아 작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금융시장 동향’에서 글로벌 수요 둔화가 아시아 정유 수출 중심국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산유국 감산 불발…공급조정 실패가 하락폭 키워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 지난 3월 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시장 공급이 늘어난 점도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1년 전보다 7% 이상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4월 보고서에서 원유 공급 과잉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생산국 간 이해관계가 얽혀 감산 논의가 지연되는 점이 유가를 장기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사우디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안팎으로 높아 단기 감산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산유국이 감산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시장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 금융시장 불안 가중…신흥국 통화 약세 확산

유가 급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증시 에너지주는 8일 하루 평균 4% 이상 하락했으며, MSCI 신흥국 통화지수는 3월 말 대비 2% 약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8일 ‘국제금융시장 동향’에서 유가 급락은 인플레이션 완화에는 긍정적이지만, 자원수출국의 재정 악화와 신흥국 자금이탈 가능성을 키운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WB)은 같은 날 보고서에서 유가 급락이 신흥국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질 경우 2015년형 외환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신흥국 통화가 취약해지면서 원자재 수출 중심국의 부채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분석에서 원유가격 하락이 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자원국 통화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 향후 유가 흐름, 감산 여부·미국 경기 지표가 관건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 흐름을 결정할 요인으로 OPEC 감산 재논의와 미국 경기 지표를 꼽는다. 미국 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달러 강세가 유지돼 유가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

IMF는 ‘2025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성장률이 2.9%로 둔화될 것이라며, 국제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단기적 반등보다는 변동성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유가 하락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산유국 재정의 압박이 커지고 신흥국 외채 조달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요약:
 국제유가가 수요 둔화와 감산 불발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이 겹치며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전환하는 등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다. 향후 유가 흐름은 OPEC 의 감산 협상과 미국 경기 지표에 달려 있으며, 단기 반등보다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유가

관련 기사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에 코스피 5,200 진입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에 코스피 5,200 진입

국내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며 코스피 지수를 사상 처음으로 5,200선 위로 끌어올렸다. 미 연준의 금리 동결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와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맞물리며 한국 증시의 새로운 고점이 열리는 모습이다.

환율, 美 재무 '엔 개입 부인'에 1,428.0원으로 반등

환율, 美 재무 '엔 개입 부인'에 1,428.0원으로 반등

원/달러 환율은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미 외환 당국의 엔화 개입 부인 발언 등의 영향으로 소폭 반등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美 트럼프 발언에 코스피, 5,100 첫 돌파…삼전 '16만전자'

美 트럼프 발언에 코스피, 5,100 첫 돌파…삼전 '16만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유화 발언 영향 등으로 한국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는 28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5,100선을 넘어섰고, 삼성전자는 ‘16만전자’를 달성하며 국내 증시의 상징적 전환점을 알렸다.

코스피 사상 첫 5000선 돌파…코스닥도 1000선 마감

코스피 사상 첫 5000선 돌파…코스닥도 1000선 마감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종가 기준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35.26포인트(2.73%) 급등한 5,084.85로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도 사상 최대치인 4천204조원을 기록, 4,000포인트 돌파 당시(3천326조원)보다 무려 850조원 이상 증가했다.

[금융진단] ] 관세 충격 속 코스닥 급등…차익실현·밸류 부담

[금융진단] ] 관세 충격 속 코스닥 급등…차익실현·밸류 부담

트럼프발 관세 쇼크에 자동차주가 흔들리고 있지만, 코스닥은 정책 기대감을 등에 업고 7%대 폭등하며 '천스닥'을 탈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의 단기 과열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경고하는 한편, 실적 시즌을 맞아 시장의 무게중심이 다시 대형주로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발 쇼크에 코스피 4,900선대로…코스닥은 1.5%↑

트럼프발 쇼크에 코스피 4,900선대로…코스닥은 1.5%↑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코스피가 27일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11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40.44포인트(0.82%) 내린 4,909.15를 나타내고 있다.

'천스닥' 돌파 코스닥, 7% 급등 마감…시가총액 사상최대

'천스닥' 돌파 코스닥, 7% 급등 마감…시가총액 사상최대

코스닥 지수가 4년여만에 1,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7% 넘게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코스피는 장 초반 '오천피'를 탈환하며 강세를 보인 것이 무색하게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에 밀려 4,940대로 내려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40.48포인트(0.81%) 내린 4,949.59로 거래를 마감했다.

금값, 사상 첫 5000달러 돌파…美 셧다운 공포·지정학 리스크

금값, 사상 첫 5000달러 돌파…美 셧다운 공포·지정학 리스크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했다. 26일(현지 시각) ICE 데이터에 따르면, 현물 금 가격은 전장 대비 1.2% 상승한 온스당 5,049.68달러에 거래되었으며, 장중 한때 5,052.02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