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전장연, 지하철 시위 재개…서울시와 충돌 재점화

김영 기자

“이동권 예산 축소” 주장에 서울시 “운행 방해, 형사 대응 불가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중단했던 지하철 시위를 다시 시작하면서 서울시와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진행된 시위로 일부 구간이 무정차 통과되며 시민 불편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며, 장애계는 이동권 보장 예산 축소가 근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전장연 시위
▲ 지하철 탑승 시도하다 넘어진 박경석 대표 [연합뉴스 제공]

◆ 전장연은 왜 다시 시위를 시작했나?

전장연은 정부가 올해 교통약자 이동편의 예산을 전년 대비 약 10% 삭감한 점을 문제 삼았다. 단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헌법상 평등권 실현의 기본”이라며, 예산 복원과 교통약자법 개정을 촉구했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따르면, 저상버스와 엘리베이터 설치 예산이 일부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실시한 ‘2024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 중 63%가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의 40% 이상은 “환승 이동 시 접근성이 낮다”고 답했다. 전장연은 이러한 현실을 근거로 “시설 개선이 없는 예산 삭감은 사실상 이동권 후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 통계연보(2024)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전체 302개 역사 중 11곳은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없고, 22곳은 경사형 리프트만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단체의 행동이 반복되는 근본 이유로 “시설 접근성 불평등”을 지목한다.

◆ 서울시는 왜 형사 대응을 검토하나?

서울시는 이번 시위를 ‘운행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형사 고발 절차를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출근길 시민 피해가 반복되고 있으며,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키는 방식은 공공질서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시는 경찰과 함께 혜화역 인근 무정차 운행 구간을 확대하고,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했다.

서울시는 다만 제도적 협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복지정책실은 “장애인 이동권 확대 방안은 국토부와 공동 협의 중이며,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는 단체의 시위 방식이 반복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지하철 시위에 대한 형사처벌보다 대화와 협의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를 낸 바 있다. 인권위는 장애인 이동권을 ‘사회권적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 보호 의무’를 강조했다.

◆ 장애인 이동권 논의, 왜 매년 반복되는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이후에도 실효성 논란이 계속돼 왔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지방정부 간 예산 격차로 실제 접근성 수준이 크게 다르다”고 분석했다. OECD 도시접근성지표(2023)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교통 접근성은 회원국 평균보다 15% 낮은 수준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헌법재판소 판례가 이동권의 헌법적 지위를 인정했음에도, 예산과 집행 구조가 불안정해 실질적 권리 보장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별 교통약자 예산의 중앙정부 보조율은 2018년 60%에서 올해 45%로 낮아졌다. 이 같은 재정 불균형이 ‘법적 권리’와 ‘현실적 불평등’ 사이의 괴리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지자체·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사회적 논의 틀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매년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장애인 이동권 보장 특별법(가칭)’ 입법 논의를 재개했다. 해당 법안은 국가·지자체의 재정 책임을 명문화하고, 시설 접근성 기준을 법령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는 “협의체를 통해 지자체별 예산 배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와 정례 협의 채널을 운영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동권 문제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도시 기본 인프라의 문제”라며 지속 가능한 협의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충돌보다 중장기 제도화가 중요하다”며 “장애인 이동권을 교통정책의 핵심 항목으로 편입해야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OECD도 2024년 보고서에서 “이동권 개선은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법적 권리화를 권고한 바 있다.

☑️ 요약:
 전장연은 정부의 이동권 예산 축소를 이유로 4호선 혜화역에서 시위를 재개했다. 서울시는 운행 방해를 이유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며, 장애계는 이동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동권 문제의 근본 원인이 재정 책임 불균형에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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