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미국, 중국산 흑연 93.5% '관세 폭탄'…K-배터리 자립 시험대

장선희 기자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흑연(Graphite)에 대해 93.5%의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기존 관세와 합산할 경우 총 관세율은 약 160%에 달한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 소재 자립도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조치가 본격화된 신호로 해석된다.

▲中 흑연에 대한 미국의 제재, 공급망 긴장 고조

흑연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anode) 제조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현재 중국이 가공 및 생산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흑연을 가장 공급 리스크가 큰 소재 중 하나로 분류하며, 공급 다변화의 시급성을 강조한 바 있다.

1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2023년 12월 미국 흑연 생산자 협회의 청원으로 시작되었으며, 상무부는 중국 기업들이 시장가격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며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5일 최종 판정 전까지 효력을 발휘하며 판정이 확정되면 공식 관세로 전환된다.

▲배터리 제조사에 직접 타격…韓 기업도 영향권

CRU 그룹의 샘 애드햄 배터리 소재 전문가에 따르면, 이번 관세는 EV 배터리 셀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약 7달러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미국 IRA의 세액 공제(35달러/kWh)의 약 20%를 잠식하는 수준이다.

그는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1~2분기 동안의 영업이익 손실을 보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생산 거점을 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원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파나소닉 반대…관세는 현실화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사인 일본 파나소닉(Panasonic)은 이번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로비 활동을 벌였지만, 결국 상무부의 판단을 바꾸지 못했다.

두 회사는 미국 내 고품질 흑연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국내 흑연 산업이 테슬라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과 물량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산 흑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 주가는 목요일 최대 0.7% 하락했다.

상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제공]

▲대체 공급망 주가 ‘급등’…新 기회 열린 소재 기업

반면, 비(非)중국계 흑연 생산 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주가가 급등하며 반사이익을 얻는 모습이다.

이번 소식으로 인해 호주의 시라 리소시스 38%, 한국의 포스코퓨처엠 24%, 미국의 웨스트워터 리소시스 15% 각각 주가가 올랐다.

캐나다의 흑연 기업 누보 몽드 그래파이와 노던 그래파이트 등의 주가도 관세 소식에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웨스트워터 리소시스는 앨라배마에 연간 5만 톤 생산 규모의 흑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스텔란티스(지프), SK온 등과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이 회사의 존 제이콥스 CCO는 “이번 관세는 국내 흑연 산업을 가속화할 정책적 명확성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및 ESS 산업도 간접 피해 우려

이번 관세는 배터리뿐 아니라 에너지 저장장치(ESS)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예산안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는 유지했지만, 중국산 셀 사용 제한 규정이 강화되면서 많은 프로젝트가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로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들은 16일 보고서에서 "반덤핑 관세율 결정이 플루언스 에너지와 엔페이즈 에너지와 같은 배터리 공급업체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플루언스 주가는 0.4%, 엔페이즈는 0.7% 각각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 구조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에너지 저장장치 도입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원가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이중 과제를 던지는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 등 배터리 소재 기업은 흑연 대체 소재 확보나 고도화된 가공 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중국산 자재 의존에서 벗어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