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수익'이냐 '산업 보호'냐…일본과의 딜이 美 통상 전략에 미칠 파장은?

장선희 기자

-“5500억 달러 투자 유치했지만, 車 관세 양보는 미국 산업에 치명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체결한 무역 협상이 미국 내에서 '수익 창출'과 '국내 산업 보호'라는 그의 두 가지 핵심 무역 전략 목표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를 약속받은 대가로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인하한 이번 합의는 향후 미국의 통상 전략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얻고 '보호'를 내줬나: 일본 딜의 딜레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으로부터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기금 조성을 약속받은 것을 이번 합의의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이 번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 또한 이 합의가 한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게도 추가적인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한 '수익 극대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해외에서 미국 제품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리빗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산 제품과 상품에 처음으로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고, 이는 미국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자동차 관세 인하…"미국 산업계에 불리한 협상"

하지만 이번 합의는 미국의 '국내 산업 보호'라는 핵심 가치와 충돌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 분야 관세 완화 조치로, 이는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당초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미-일 무역 적자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낮춰주면서, 정작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자동차에 비해 일본 수입차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디트로이트 빅3(포드·GM·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업계에 큰 불이익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국자동차정책협의회(AAPC) 매트 블런트 회장은 "미국산 부품이 거의 없는 일본산 수입품에 미국산 부품이 많이 포함된 북미산 차량보다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모든 협상은 미국 산업과 미국 자동차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AFP/연합뉴스 제공]

▲트럼프의 거래식 외교…232조 관세 무력화 우려

이번 일본과의 합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견고하게 유지해왔던 품목별 관세 부과 전략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되는 관세는 국가별 관세보다 법적 근거가 탄탄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의 지속적인 도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자동차 관세 면제는 이러한 232조 관세의 취지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기업들의 해외 생산을 장려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존 투미 미국번영연합(CPA) 사무총장은 "기존 232조 세율보다 낮은 관세율로 무제한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이 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라며 오히려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에는 25%, 철강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제한적인 자동차 수입에는 1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 투자 기금 실현 가능성 의문…수익 우선 전략 비판도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금은 제조업, 인프라, 인공지능 등 미국 내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성격이지만, 실제 투자 실행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과거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중국이 약속했던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등 구매가 팬데믹 여파로 58%만 이행되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라는 명목으로 관세를 인하했지만, 실제 기대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수출길 열린다지만, 일본 시장은 여전히 ‘좁은 문’

백악관은 이번 협상으로 일본이 미국산 차량에 대한 안전 규제 기준을 미국 연방 표준으로 통일해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미국 차량의 일본 내 판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 표준에 따라 제작된 차량을 추가 규제 없이 수용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무역 장벽만이 아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미국산 대형차보다는 도요타나 혼다 같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근본적인 시장 특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미국에 팔리는 자동차 84대당 미국이 일본에 파는 자동차는 단 1대다.

콜린 그래보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 소장은 “미국 차량은 일본 소비자의 취향과 공간 여건에 맞지 않으며, 이번 합의의 실질적 ‘성과’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일본과의 무역 합의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와 수출 기회 확보라는 상징적 성과를 남겼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산업계의 핵심 이해관계가 희생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투자 약속을 관세 혜택과 교환하는 방식이 확대된다면, 미국 내 제조업 보호정책은 약화되고, 산업 경쟁력은 더 큰 구조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단기적인 투자 유치라는 '수익'에 집중한 나머지, 장기적인 '국내 산업 보호'와 공정한 무역 질서라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은 앞으로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펼칠 통상 협상, 특히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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